국내 야구팬들이 손꼽아 기다려온 대결이 이번 주말 현실이 된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왼손 베테랑 투수 류현진(38·한화 이글스)과 김광현(37·SSG 랜더스)이 26일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처음으로 맞붙는다. 1980년대 선동열과 고(故) 최동원 간 라이벌전을 떠올리는 팬들이 있을 정도로 큰 기대가 모이는 모습이다.
한화와 SSG는 25~27일 대전에서 주말 3연전을 치른다. 이 중 둘의 맞대결은 26일 오후 6시 열리는 2차전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김경문 한화 감독과 이숭용 SSG 감독은 우천 취소나 부상이 없다면 기존 선발 순서를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1987년생 류현진은 2006년 KBO리그에 데뷔해 첫해부터 18승을 쓸어 담으며 MVP와 신인왕, 골든글러브를 휩쓸었다. 1988년생인 김광현은 2007년 SK 와이번스(현 SSG)를 우승으로 이끌었고, 이듬해 다승왕·탈삼진왕에 등극하며 역시 MVP와 골든글러브를 거머쥐었다. 두 사람은 국가대표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 등 굵직한 성과도 함께 냈다.
두 투수는 메이저리그(MLB)에도 나란히 진출했다. 류현진은 2013년부터 10년간 다저스와 블루제이스에서 78승을 쌓고 2019년 내셔널리그 올스타 선발 투수로 뽑혔다. 김광현은 2020~2021년 카디널스에서 평균자책점 2점대(2.97)를 기록했다. KBO리그 통산 다승에서는 김광현(175승)과 류현진(114승)이 양현종(184승·KIA 타이거즈)에 이어 2·3위에 올라 있다.
놀랍게도 둘은 공식 경기에서 한 번도 선발 맞대결을 펼치지 못했다. 2010년 5월 23일 대전에서 예고됐던 대결이 우천으로 취소된 뒤, 메이저리그 진출과 KBO리그 복귀 이후에도 맞대결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코칭스태프의 로테이션 조정이 걸림돌이었다.
2010년 올스타전과 2011년 시범경기에서 마주한 게 유이한 전적인데, 시범경기에선 류현진이 3이닝 1실점, 김광현이 3⅓이닝 4실점으로 판정승을 거뒀다.
맞대결 가능성이 거론될 때마다 류현진은 “광현이와 대결하려면 하늘의 뜻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웃었고, 김광현도 "현진이 형과 맞대결이 부담스럽지 않다. 재미있을 것 같다"고 바람을 전했다.
실제 대결을 앞두고는 류현진이 "상대 투수와 상관없이 내가 할 일은 타자를 잡는 것이다. 괜히 광현이를 신경 쓰면 내가 흔들릴 수 있다. 아마도 광현이도 마찬가지로 생각할 것"이라며 집중을 강조했다. 김광현은 "현진이 형 말처럼 각자 상대 타자들을 상대하겠지만, 신경 안 쓰려고 해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날 현진이 형이 아마 올해 최고 구속을 찍을 것 같다"며 웃어 보인 뒤 "예전에는 부담이 있었지만 이제는 여유도 생겼다. 재미있을 것 같다. 둘 다 잘하면 좋겠다"며 여유를 보였다.
두 선수는 30대 후반이라 5~6이닝 소화 위주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 올 시즌엔 류현진이 6승 4패, 평균자책점 3.07, 김광현이 5승 7패, 평균자책점 4.01을 기록 중이다.
한화 강타선이 10연승을 두 차례 달성하며 단독 선두를 달리는 상황에서, 김광현이 얼마나 타선을 막아낼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류현진의 체인지업과 김광현의 슬라이더, 두 투수의 주무기를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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