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미국 주요 투자은행(IB)들의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 관세 정책이 '협상용'이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월가의 해고 바람도 잦아드는 모습이다.
24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하반기 계획했던 대규모 인원 감축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미 증시의 강세가 이어지면서 IB 수수료와 트레이딩 부문의 수익이 상승한 것이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처음 발표된 지난 4월 미 주식 시장의 시가총액은 약 이틀 만에 6조 6000억 달러(약 9600조 원) 감소했다. 한국 주식 시장의 시가총액(2372조 원) 4배 가량 되는 돈이 불과 몇 시간 만에 증발한 것이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자 월스트리트의 주요 금융기관들은 잇따라 전망치를 수정하고 대규모 감원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9월에 이어 올해 1분기 약 2000여 명의 직원을 감축했다. JP모건체이스 역시 올해 5여차례에 걸쳐 대규모 감원 계획을 세웠으며,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씨티그룹 등도 구조조정을 이어갔다.
하반기 들어 골드만삭스가 대규모 해고 결정을 보류한 것은 최근 미국이 주요 무역상대국들과 잇따라 협상 성과를 내며 시장에 안도감이 커진 영향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49.29포인트(0.78%) 오른 6358.91에 마감했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도 전장보다 127.33포인트(0.61%) 올라 2만 1020.02로 최고가를 경신했다.
일단 질러놓은 다음 압박을 통해 협상을 이끌어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에 월가가 익숙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IG그룹의 크리스 보챔프는 "TACO(트럼프는 항상 물러선다) 무역이 승리하고 있다"며 "트럼프가 발표한 거의 모든 공격적인 무역 조치가 일시 중단, 조정, 또는 전면적 철회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FT는 골드만삭스의 이번 결정이 미국 월스트리트의 격동의 한 해를 보여준다고 짚었다. FT는 "올 초 규제 완화와 기업 인수합병(M&A)에 대한 낙관적 기대는 4월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 정책으로 꺾였다"며 "그러나 지금은 무역 전략의 파급력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고 있고 이에 따라 잠재적인 거래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지난 상반기 미국의 주요 IB들은 전년 대비 우수한 성과를 기록했다. 골드만삭스의 IB 수수료 포함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 이상 늘었으며 JP모건체이스는 13%, 뱅크오브아메리카는 7% 각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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