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과도 곧 무역 합의를 이룰 것이라는 기대에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상승했다. 다음 달 1일 상호관세 발효를 앞두고 불확실성이 하나둘 걷히자 투자자들이 안도하는 분위기다.
23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07.85포인트(1.14%) 오른 45,010.29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도 전날보다 각각 49.29포인트(0.78%), 127.33포인트(0.61%) 상승한 6358.97, 2만 1020.02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S&P500과 나스닥지수는 사상 최고치였다. 다우지수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인 지난해 12월 이후 7개월 만에 4만 5000선을 회복하며 사상 최고치 경신을 눈앞에 뒀다.
뉴욕 증시가 뛴 것은 미국이 EU와도 일본 수준에서 무역 합의를 이룰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통신 등은 이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EU가 유럽산 수입품에 15%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 합의에 근접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이 사실일 경우 EU 입장에서는 현 수준의 관세를 유지하게 되는 셈이다. 외신은 미국과 EU가 항공기와 주류, 의료기기 등 일부 품목에 대해 관세를 면제하는 방안에 합의할 가능성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22일에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서 “일본은 미국에 15%의 상호관세를 지불할 것”이라며 양국이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미국에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대가로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에 다음 날 일본 닛케이지수는 3.51% 치솟았다. 각국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확전 양상으로 치닫지 않으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심리가 안정화된 효과였다.
루이 나벨리어 나벨리어앤어소시에이츠 설립자는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관세 전략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비관론자들이 예상했던 혼란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유발히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뉴욕 증시 전반이 관세 충격을 벗어나고 있는 가운데 테슬라는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2분기 실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테슬라는 장 마감 후 올 2분기 매출과 주당순이익(EPS)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2%, 23% 줄어든 225억달러, 0.40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모두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수준이었다. 반면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장 마감 후 2분기 매출과 EPS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22% 증가한 964억 2800만 달러, 2.31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를 모두 웃도는 수준이었다. 실적은 엇갈렸지만 테슬라와 알파벳은 시간 외 거래에서 각각 판매 부진, 차익실현 매물 출회를 이유로 동반 하락했다.
이 밖에 엔비디아는 2.25% 뛰었고 메타플랫폼스와 브로드컴은 1.24%, 1.83% 상승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반영한 달러인덱스는 97.20까지 내려가며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른바 ‘공포지수’로 불리는 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전날보다 1.13포인트 내린 15.37로 떨어지며 지난 2월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 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 현물 가격은 이날 전장보다 1.19% 하락한 3390.12에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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