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이 미국의 실효 관세율을 지난해 2.5%에서 올해 16.6%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1900년대 이후 가장 급격하게 오른 것으로, 역사상 최악의 '악법' 중 하나로 평가받는 스무트홀리법 적용 당시를 넘어설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예일대학교 비당파 연구기관인 예산연구소의 분석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평균 실효 관세율이 2.5%에서 16.6%으로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일본 등 무역상대국과의 관세 협상이 속속 타결되는 가운데 오는 8월 1일 상호관세가 예정대로 발효될 경우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191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인 20.6%으로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29년 세계 대공황 직후 미국에서 등장한 스무트홀리법 적용 당시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대공황 발생 이듬해 제정된 이 법은 수입 관세를 대폭 높여 미국의 산업과 농업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전 세계 무역이 65% 가까이 쪼그라드는 결과를 초래하며 세계 무역을 위축시키고 대공황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2만여개 수입품의 관세가 대폭 인상되며 소비자 가격이 치솟아 내수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올해 관세율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미 정부가 징수한 관세 수입은 크게 증가한 상태다. 악시오스가 세관국경보호국(CBP)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것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올해 1월 20일 이후부터 지난달까지 미국의 관세 수입은 1061달러(약 143조 원) 수준이다. 다만 재정 수입은 늘었지만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다 되려 깊은 경기침체에 빠졌던 1930년대를 답습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앤드루 윌슨 국제상공회의소 사무차장은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발표된 직후 “이번 관세 부과 조치는 1930년대 무역전쟁 시기로 돌아가는 시작점일 수 있다”고 짚었다.
본격적인 상호관세는 아직 부과되지 않았지만 이미 기업들의 실적에는 빨간 불이 켜진 상태다. 22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발표된 기업 실적 보고에서 관세로 인해 수익이 감소한 기업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텔란티스는 상반기 순손실액이 23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제너럴모터스(GM)은 관세로 인한 연간 손실분이 최대 40억~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미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이미 약 1200여개의 생필품 가격을 평균 5.2% 인상한 상태다.(1월 20일 대비 올해 7월 1일 기준) 회사 손실을 줄이기 위해 관세 인상분을 소비자 가격에 선제적으로 전가한 것이다. 리톨츠웰스매니지먼트의 캘리 콕스 수석 시장전략가는 “추가 관세가 기업의 부담 여력을 더욱 갉아먹을 것”이라며 “수요 위축이 물가 상승 압력을 상쇄할 수는 있겠지만, 당장은 물가가 높은 상태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 관세를 밀어붙이는 배경엔 미국과 기술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중국이 있다는 해석도 있다. 미국의 경제 싱크탱크 아메리칸컴퍼스의 마크 디플라시도는 NYT에 "트럼프는 1기 행정부 때 중국 수입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했고, 이에 따라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는 줄었지만 다른 국가들에 대한 적자는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멕시코나 베트남 등에서 수입을 늘렸는데 이 공장들은 중국 기업이 운영하거나 중국산 원자재 사용이 많았던 만큼 실효성이 낮았다는 것이다. 디플라시도는 "중국을 직접 표적으로 삼는 것은 미국의 전체 무역 적자를 낮추는데 충분하지 않았다"며 "결국 추가적인 압박과 높은 관세가 필요할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고, 이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목표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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