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년 전 자신에게 강제로 입맞춤하려던 성폭행범의 혀를 깨물어 절단한 혐의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해야 했던 최말자씨의 재심 첫 공판에서 검찰이 "정당방위를 인정한다"며 무죄를 구형했다.
부산지법 형사5부(김현순 부장판사)는 23일 중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최말자 씨(79)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열린 재심에서 검찰은 "재심 결정 취지에 따라 이 사건 모든 과정을 재검토했다"며 "사건 시간이 야간이고 인적이 드물어 다른 사람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급박하고 정당한 침해에 대한 방어 행위는 불기소되거나 무죄로 선고되고 있다는 점 등을 검토한 뒤 증거로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피해자의 정당한 반응으로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검찰은 범죄 피해자를 범죄로부터 보호해야 하지만 당시 검찰은 그렇게 하지 못했고, 이에 피고인에게 가늠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을 드렸다"고 밝혔다.
최 씨는 18세였던 1964년 5월 6일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에게 저항하다 그의 혀를 깨물어 1.5㎝ 절단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6개월간 구금 끝에 이듬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이후 최 씨는 56년 만인 지난 2020년 여성단체의 도움을 받아 재심을 청구했다. 60세가 넘어 입학한 방송통신대학교에서 '성, 사랑, 사회'라는 수업을 듣던 중 피해자로 보호받지 못했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렸고 당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미투'(Me too) 운동이 용기를 줬다.
그러나 최 씨의 재심 청구는 이듬해인 2021년 기각됐다. 하지만 최 씨는 포기하지 않고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그리고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가 지난해 12월 재심청구를 기각했던 원심을 파기환송하면서 재심의 길이 열렸다. 이후 지난 2월 부산고등법원이 재심 개시를 결정한 끝에 이날 첫 공판이 열렸다.
검찰의 무죄 구형에 최 씨의 변호인은 "평생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구하기 위한 삶을 산 사람이 결국 세상까지 구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며 "최말자 씨에게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은 사법부에 의해 피해자가 피고가 된 사건"이라며 "피고인은 80세 노인이 될 때까지 가해자에 의해 고통을 받았고, 검찰과 법원은 이를 가중했다"고 호소했다.
또 "당시 검찰은 이 사건 피해자가 말을 못하는 불구가 됐다고 했으나 그는 불과 4개월 만에 신체검사 1급을 받은 채 군에 입대했다"며 "검찰은 사실 관계를 바로 잡는 구형을 했고 이제 법원이 응답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사건에 대한 선고 공판은 9월 10일 부산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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