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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다시보기] 샤갈의 ‘이카로스의 추락’

신상철 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마르크 샤갈 ‘이카로스의 추락’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이카로스는 미노스 왕의 미궁을 설계한 건축가 다이달로스의 아들이다. 이들은 미노스 왕의 노여움을 사 높은 탑에 갇히는 형벌을 받았으나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미궁 탈출에 성공했다. 하늘을 날기 전 다이달로스는 아들에게 태양을 멀리할 것을 충고했다. 하지만 비행에 도취된 이카로스는 하늘 높이 솟아올랐고 뜨거운 태양의 열기는 밀랍으로 이은 그의 날개를 녹여버렸다. 결국 비행을 지탱해주던 깃털들이 산산이 흩어져버리자 이카로스는 바다로 추락해 익사했다. 그의 가엾은 운명은 인간의 욕망과 한계를 경고하는 의미로 서구 회화 작품의 소재로 자주 활용됐다.

색채의 마술사로 알려진 현대 화가 마르크 샤갈은 생의 말년에 이카로스를 소재로 한 작품을 여러 점 그렸다. 그중 1975년 작 ‘이카로스의 추락’은 특이한 구성을 갖춘 그림이다. 유대계 가난한 집안 출신인 샤갈은 1887년 러시아령 벨라루스에서 태어났다. 젊은 시절부터 예술적 이유로 혹은 정치적 사유로 인해 오랜 망명 생활을 이어갔던 그는 80대 후반의 나이에 접어든 시기 프랑스 남부 생폴드방스에서 이 작품을 완성했다.



이 그림에서 샤갈은 독특한 상징 코드를 사용해 자신의 삶을 화면 속에 투영시켰다. 관례적으로 이카로스는 비극적 오만의 상징으로 표현돼왔는데 이 작품에서는 다른 결말을 허용하는 듯한 구성이 보인다. 그림 속 이카로스는 아직 죽지 않았고 그가 익사할 바다도 존재하지 않는다. 추락하고 있는 이카로스 아래 등장하는 허름한 가옥들과 소박한 옷차림의 사람들 그리고 염소들의 모습은 샤갈의 고향 비텝스크의 유대인 마을을 연상케 한다. 생동감 넘치는 붉은 색과 차분한 파란색의 대조가 지배적인 지표면에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지상의 구경꾼들 사이에서 일어난 혼돈과 소란이 샤갈 특유의 화려한 색채로 표현돼 있으며 사람들의 표정과 자세는 이카로스의 어리석음을 조롱하기보다는 오히려 그의 도전을 응원하는 지지자들처럼 보인다. 화가의 예술적 성취가 자신의 고향 마을에서 환대받기를 기대하는 듯한 애틋한 바람이 담겨 있는 것 같아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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