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 이후 커피를 두 잔 이상 마시면 밤에 수면 중 뇌를 지나치게 깨워 결국 회복 기능을 방해한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최근 캐나다 몬트리올대학교 연구진은 20~58세 건강한 성인 4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해 카페인이 뇌파 변화와 수면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수면 클리닉에서 이틀간 숙박하며 하루는 카페인 200mg(커피 약 두 잔) 섭취, 다른 하루는 위약을 복용했다. 연구진은 두 조건에서의 뇌파를 측정해 차이를 살폈다.
분석 결과, 정오 이후 카페인을 섭취한 경우 수면 중 뇌의 활동이 지나치게 활발해지며 회복 기능이 방해받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20~27세 젊은 층에서 이 영향이 중장년층보다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뇌파는 비렘수면 동안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이 수면 단계는 뇌 활동과 심박수, 체온이 모두 감소하며 근육과 조직을 복구하고 면역체계를 강화하는 시기인데 카페인 섭취로 인해 뇌파가 불규칙하고 복잡해졌고 뉴런의 예측 불가능한 활동이 두드러졌다. 이로 인해 수면을 통한 신체 및 인지적 회복이 저해된 것으로 분석됐다.
수면은 비렘수면 1~3단계를 거쳐 렘수면으로 이어지는데 비렘수면 1단계는 깨어있음과 잠듦 사이의 과도기다. 이 단계가 길어지면 실제로 잠을 자도 잤다는 느낌이 떨어진다. 비렘수면 2단계는 얕은 잠으로 하루 동안 받아들인 정보를 정리하는 시기이며 외부 자극에 쉽게 깨어날 수 있다. 이처럼 수면 초기에 자주 깨거나 얕은 잠만 반복하면 충분히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연구팀은 카페인이 뇌 속 아데노신 수용체를 차단해 졸음을 억제하고 각성을 유도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책임자인 필립 톨케 교수는 “수면 중에도 뇌가 완전히 쉬지 못할 경우 기억력, 학습능력, 감정 조절 같은 핵심 기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동연구자인 줄리 캐리어 교수는 “카페인 효과는 섭취 후 2시간이 지나야 서서히 줄어들고 최대 12시간까지 체내에 남을 수 있어 정오 이후 커피는 그날 밤 수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오전 중에 마신 커피는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오후 섭취는 수면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바이올로지(Nature Communications Biology)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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