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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의 덫·살인 부른 소음…청년들 가둔 '공포의 집'

[일상 스릴러 영화·드라마 주목]

투기수단이자 계급표 된 집 무대로

청년들의 고통스러운 현실 담아내

영화 '노이즈' 관객 150만명 돌파

'84제곱미터'는 국내 넷플영화 1위

25일 공개 앞둔 '트리거'도 눈길

영화 '노이즈'의 스틸컷. 사진 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 '노이즈'의 스틸컷. 사진 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최근 층간소음이나 벽간소음이 심한 아파트, 고시원 등의 거주지가 영화·드라마의 소재로 떠오르며 공감을 얻고 있다. 특히 층간소음·벽간소음 등의 피해자가 청년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아파트 가격 급등으로 청년의 주거 사다리가 무너진 가운데 이른바 ‘영끌’을 해서 내 집 마련에 성공했거나 고시원 등 열악한 주거 환경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을 괴롭히는 소음이 각기 다른 양상으로 공포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2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노이즈’가 관객 150만 명을 돌파하며 올해 흥행 영화 13위에 올랐다. 이는 최근 5년간 개봉한 공포 스릴러물 중 최고 기록이다. 이 영화는 어렵게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주영·주희 자매가 층간소음에 시달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층간소음을 호소하던 동생 주희(한수아 분)가 갑자기 실종되고 언니 주영(이선빈 분)이 동생의 행방을 찾아 나서면서 층간소음 이면의 아파트 재건축, 전세 재계약 등의 문제가 얽힌 음모와 마주하는 일련의 사건이 스릴 넘치게 전개된다.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 사진 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 사진 제공=넷플릭스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는 ‘영끌’한 아파트에 살며 ‘실거주자’가 아니라 ‘실거지’라는 조롱을 받으면서 대출을 갚겠다는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우성(강하늘 분)이 주인공이다. 우성은 층간소음으로 주민들 간 갈등이 고조되던 중 갑자기 아파트 가격도 3억 원 떨어지자 친구의 권유로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코인 투자를 결심한다. 급전이 필요한 우성은 급매로 아파트를 내놓고 이후 층간소음을 둘러싼 충격적인 음모에 말려들면서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은 ‘영끌’과 ‘빚투’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청년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작품은 국내 넷플릭스 영화 부문 1위에 오르는 등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 사진 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 사진 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 사진 제공=넷플릭스


25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리거’는 더욱 참담하다. 시리즈는 고시원에서 10년째 ‘공시생’으로 지내는 정태(우지현 분)가 벽간소음에 시달리다 총기 난사로 수십 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을 형사 이도(김남길 분)가 맡게 되면서 시작된다. 공동 냉장고에 둔 반찬을 도둑 맞기 일쑤고 소음, 냄새 등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생활 규칙 준수를 정중하게 요청하던 정태가 총기를 난사하는 충격적인 전개는 열악한 주거 환경이 사람을 어떻게 광기로 몰아넣는지를 밀도있게 그려 공감을 이끌어 낸다.

이처럼 층간소음·벽간소음이 범죄와 뒷거래, 음모론으로 이어지는 영화와 드라마는 초고속 압축 성장을 한 우리 경제의 부작용이 경제적으로 취약한 청년 세대에게 두드러지는 현상을 반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파트 가격 급등의 피해자는 청년 세대이며 그 뒤에 기성 세대가 있다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영국은 250년, 미국은 100년 걸려 이룬 경제 성장을 우리나라는 45년 만에 이뤘다”며 “먼 세대가 아닌 가까운 이들이 보유한 땅과 주택 가격 급등을 봐온 청년 세대는 이번이 아니면 아파트를 못 산다는 불안 심리가 굉장한데 그렇게 구입한 집에서 나는 소음은 내 모든 것을 망가뜨리는 것으로 보일 정도로 크게 다가오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살인 사건까지 발생하지만 ‘서울 아파트’에 대한 신화는 계속되는 아이러니한 시대”라며 “결국 소음만 참아내면 아파트가 여전히 재테크 수단으로서 최고라는 믿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끌’의 주체는 부모에게 물려받을 게 없는 평범한 청년들로 이들은 아파트 재개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 정책의 수혜자가 되길 바라지만 사실 그 수혜는 또 다시 있는 이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부조리가 드러난다”며 “층간소음과 아파트의 비밀 또는 비리를 둘러싼 미스터리는 지금 평범한 청년들이 바라보는 이 시대의 실상을 잘 보여주는 소재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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