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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16대 동시 촬영…아바타, 모션 넘어 이모션까지 담았다

■아바타 시리즈 프로덕션 노트 공개

얼굴 움직임 이해하는 인공 신경망

솜털 움직임까지 섬세하게 잡아내

세트장서 편집자에 실시간 스트리밍

퍼포먼스 캡처로 최고 장면만 선별

화면 밖엔 테마존 만들어 IP 확장

단순 영화관람에서 체험으로 진화

배우 조 샐다나가 신경망을 활용한 퍼포먼스 캡처 기술을 통해 ‘아바타: 불과 재’의 캐릭터 네이티리의 표정을 연기하고 있다(왼쪽 사진). 제작진은 이 기술로 배우의 미세한 표정 변화까지 캐릭터에 섬세하게 담아냈다(오른쪽 사진). 사진 제공=월트 디즈니 코리아




“영화를 봤다기보다 판도라에 다녀왔다는 감각에 가깝습니다. 등장인물의 솜털의 움직임까지 느껴지는 섬세한 표정과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돼 ‘판도라의 세계’로 들어갔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죠.”

영화 ‘아바타: 불과 재’가 개봉 25일 만에 국내 관객 600만 명을 동원하고 월드와이드 흥행 수익 12억 달러(1조 7665억 원)를 돌파하며 흥행을 이어가는 가운데 관람이 아닌 체험을 선사한다는 평을 받는 ‘아바타’ 시리즈의 비결이 담긴 프로덕션 노트가 공개됐다. 13일 월트 디즈니 코리아가 서울경제신문에 공유한 프로덕션 노트에서 발췌한 내용에서는 몰입형 영화를 가능하게 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철학과 디즈니의 중장기 지식재산권(IP) 전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바타’는 세 번째 시리즈까지 오면서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이 집대성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제작 노트에서 드러난 것은 배우의 연기와 섬세한 감정을 스크린에 표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었다. 카메론 감독은 “‘아바타’는 컴퓨터가 만드는 영화가 아니라 믿을 수 없을 만큼 재능 있는 사람들, 특히 배우들이 만드는 영화”라고 강조했다.

영화 '아바타: 불과 재'의 스틸컷. 사진 제공=월트 디즈니 코리아


카메론 감독은 각본을 처음 썼던 1995년부터 섬세한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모션 캡처’는 몸의 움직임을 담을 수 있지만 감정이 비어있는 기술에 가까웠다. 이에 제작팀은 “우리가 보기에 기존 모션 캡처에는 하나의 글자가 빠져 있었다. 앞에 들어가야 할 ‘e’, 이모션(감정)”이라며 개념 자체를 바꿨다. 모션 캡처를 퍼포먼스 캡처(배우의 목소리·움직임·표정을 동시에 데이터로 기록해 3D 캐릭터에 반영하는 기술)로 발전시켜 얼굴·눈·입·미세 근육까지 동시에 촬영하고 이를 버추얼 프로덕션으로 확장한 것이다. 감독이 판도라 안으로 들어가 배우들의 연기를 실시간으로 보면서 찍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즉 카메론 감독의 손에 카메라가 쥐어지면 그는 눈앞에 서 있는 배우가 아니라 배우의 아바타 캐릭터를 보게 된다.

영화 '아바타: 불과 재'의 스틸컷. 사진 제공=월트 디즈니 코리아




‘아바타: 불과 재’에서는 특히 얼굴 기술이 진화했다. 웨타FX의 조 레터리 시각효과 수석 슈퍼바이저는 “얼굴 움직임을 이해하는 신경망을 도입했고 이번 작품에서는 아티스트들이 더 섬세한 감정 표현을 쉽게 구현할 수 있도록 툴을 개선하는 데 시간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아바타: 불과 재’에 등장하는 나비족과 판도라 생명체들은 눈가 근육의 떨림, 호흡의 얕고 깊음, 죄책감과 상실, 분노와 망설임 같은 복합적인 감정의 미묘한 변화가 자연스럽게 표현됐다.

편집팀의 역할도 두드러졌다. 편집팀은 후반 작업이 아닌 프리 프로덕션부터 포스트 프로덕션까지 전 과정에 관여했다. 퍼포먼스 캡처를 촬영 때 최대 16대의 카메라가 동시에 배우들의 연기를 촬영하고 이 장면은 세트장에서 편집자에게 실시간으로 스트리밍된다. 편집팀은 배우들의 연기를 동시에 띄워본 뒤 가장 뛰어난 테이크만 골라 조합해 ‘퍼포먼스 편집본’을 만든다. 편집본은 이후 버추얼 카메라 촬영에 쓰이는 ‘카메라 로드’가 된다. 이를 보고 카메론 감독은 촬영 현장에서부터 해당 장면을 전체 내러티브 안에서 어떤 자리에 놓을지 점검할 수 있다. 기존에 단계별로 분절돼 있던 촬영·편집·특수시각효과(VFX) 공정을 배우의 연기를 중심에 두고 한 번에 엮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아바타: 불과 재'의 스틸컷. 사진 제공=월트 디즈니 코리아


이 밖에 ‘아바타’ 프랜차이즈가 특별한 이유는 모든 제작 시스템이 극장 경험을 출발점으로 설계됐지만 몰입감을 테마파크 등 스크린 밖에서도 경험할 수 있도록 IP를 확장한다는 점이다. 미국 플로리다 월트 디즈니 월드 리조트의 ‘디즈니즈 애니멀 킹덤 테마파크’에는 2017년부터 판도라를 그대로 구현한 테마 존 ‘판도라–더 월드 오브 아바타’가 운영되고 있다. 디즈니는 ‘아바타: 물의 길’을 비롯해 후속작들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아바타 테마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디즈니 측은 “관객과 IP가 오랜 시간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으로 본다”며 “한 작품의 흥행 성적을 넘어 하나의 세계관이 팬들의 마음에 자리 잡는 것이 목표이며 ‘아바타: 불과 재’는 그 한가운데 놓인 작품”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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