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시험관 수정 기술을 통해 부모가 3명인 아기들이 태어났다.
영국 뉴캐슬대 연구진은 16일(현지시간) 세계적 의학 저널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미토콘드리아 기증 시술(MDT·Mitochondrial Donation Treatment)을 받은 아기 8명이 모두 건강하게 태어나 자라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시술은 산모의 미토콘드리아 DNA에 결함이 있을 경우 시행되며 아기에게 유전질환이 대물림되는 것을 막는 데 목적이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내 에너지를 생산하는 소기관으로 전체 DNA의 약 0.1%만을 차지하지만 여기에 이상이 생기면 심장, 근육, 눈 등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컨즈-셰이어 증후군’이 있다.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는 오로지 어머니에게서만 물려받기 때문에 영국에서는 매년 약 5000명 중 1명꼴로 이와 관련된 돌연변이를 지닌 아이가 태어난다. 아직까지 치료법은 없다.
연구팀은 이를 막기 위해 전핵 이식 기법을 활용한 MDT 시술을 도입했다. 먼저 산모의 난자에서 미토콘드리아 DNA를 제외한 핵만을 분리하고 이를 제3의 여성 기증자의 건강한 난자와 결합시킨다. 이후 아버지의 정자를 이용해 체외수정을 진행하고 이 과정에서 형성된 ‘전핵’이라는 유전정보 구조물을 기증자의 난자에 이식해 배아를 발달시킨다.
이 과정을 통해 태어나는 아이는 어머니와 아버지로부터 유전자의 99.9%를, 기증 여성으로부터는 미토콘드리아 DNA만을 물려받게 된다. 이 때문에 ‘세 명의 유전자를 가진 아기’로 불린다.
연구에는 총 22명의 여성이 참여했고 현재까지 8명이 출산을 마쳤으며 1명은 출산을 앞두고 있다.
출산된 8명의 아기 가운데 6명은 모체 미토콘드리아 대비 돌연변이 수치가 95~100%가 낮았고, 다른 2명은 77~88%가 낮았다.
일부 아기에게 일시적인 경련, 요로 감염, 고지혈증 등의 증상이 나타났지만 모두 치료가 가능했고 시술과의 직접적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더그 턴불 뉴캐슬대 교수는 “이번 기술은 유전 질환을 물려줄 위험이 있는 여성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시술을 통해 건강한 아기를 출산한 한 여성은 “과학이 우리에게 기회를 줬다”며 “아이에게 건강한 삶을 줄 수 있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아이들이 5세가 될 때까지 건강 상태를 정기적으로 추적 관찰할 계획이다. 메리 허버트 교수는 “전핵 이식의 한계를 더욱 깊이 이해함으로써 향후 치료 효과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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