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콕 오리지널 드라마 ‘포커 페이스(Poker Face)’의 시즌 2가 화려하게 복귀했다. ‘포커 페이스’는 거짓말을 감지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웨이트리스 찰리 케일(나타샤 리온)을 중심으로, 각지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들을 해결하는 추리극이다.
시즌 1에서 네바다주 라플린의 프로스트 카지노에서 일하던 찰리는 카지노 매니저 스털링 게이츠 주니어(에이드리언 브로디)의 부정행위를 폭로하면서 위험에 빠진다. 이 과정에서 절친한 친구가 살해되고 주니어는 자살하게 된다. 아들의 죽음에 분노한 카지노 소유주 스털링 프로스트 시니어(론 펄먼)는 찰리를 제거하기 위해 킬러 클리프(벤자민 브랫)를 보낸다. 이후 찰리는 전국을 떠돌며 각지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해결하지만, 클리프의 추적을 피해 계속 도망다녀야 하는 신세가 된다. 1년 후, 시니어는 찰리에게 라이벌 카지노 소유주이자 마피아 보스인 베아트릭스 하스프(레아 펄먼)를 처리하는 데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클리프가 하스프와 내통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클리프는 시니어를 살해하고 찰리에게 누명을 씌운다. 결국 찰리는 하스프 일가로부터도 쫓기게 되면서 시즌 2가 시작된다.
시즌 2에서 찰리(나타샤 리온 분)는 더욱 실존적인 영역으로 진입한다. 지난 5월 열린 버추얼 기자회견에서 라이언 존슨 감독은 “시즌 2를 ‘찰리가 세상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이는 단순한 철학적 장치가 아니라, 매 에피소드의 구조와 연결되어 있다. 찰리는 경찰도, 탐정도 아니다. 그녀가 사건에 끼어들 수 있는 이유는 피해자나 가해자와 형성되는 감정적 관계다. 이는 플래시백 장면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영화 ‘나이브스 아웃’의 감독으로 유명한 라이언 존슨은 이와 같은 접근법을 통해 전통적인 콜롬보 스타일의 추리극 구조에 감정적 동기를 부여했다. 그는 “찰리는 사건 해결을 직업적으로 접근하는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매 회마다 그녀가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시즌 2는 화려한 쇼 비즈니스보다는 더 현실적인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찰리역의 나타샤 리온은 “메이저리그 대신 트리플 A 야구팀, 아카데미 시상식 대신 플로리다 지방 경찰 시상식 같은 현실의 무대가 등장한다”고 말했다. 존슨 감독 역시 “찰리는 상류층 사무실이 아니라 길 위에서 사람들을 만난다. 각 에피소드는 작은 사회 안에서의 갈등과 선택을 다룬다”고 강조했다.
나탸샤 리온은 이러한 무대 설정이 ‘성공’에 대한 환상과 좌절을 상징한다고 해석한다. “지역 극장이나 마이너리그 같은 공간에는 ‘성공하면 모든 게 완벽해질 거야’라는 착각이 깔려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자아가 커질수록, 그만큼 비극도 따라올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찰리라는 캐릭터의 성장은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된다. 존슨 감독은 이를 영화의 ‘잔상 효과’에 비유한다. 그는 “영화는 초당 24프레임이 빠르게 지나가면서 우리 뇌가 움직임을 인식한다. 이처럼 찰리가 각 에피소드마다 작은 성장을 보여주면 어떤 순서로 시청하든 시청자는 그녀의 여정을 체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존슨은 ‘포커 페이스’가 추구하는 방향이 전통적인 ‘TV다운 TV’의 즐거움으로의 회귀라고 단언했다. 그는 “우리가 어릴 적 TV 앞에 앉아서 보던 드라마의 즐거움을 되살리고 싶었다”며 “매 에피소드가 완결성을 지니되 전체적으로는 캐릭터의 변화를 따라가게 만들고 싶었다. 이는 스트리밍 시대의 몰아보기 문화와는 다른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포커 페이스’ 시즌 2는 라이언 존슨 감독의 치밀한 추리 구조와 나타샤 리온의 매력적인 캐릭터 연기가 만나 더욱 깊이 있는 작품으로 진화했다. 단순한 범죄 해결을 넘어서 현대인의 실존적 고민과 삶의 방향을 되묻는 이 시리즈는 전통적 TV 드라마의 즐거움과 현대적 서사의 통찰을 함께 품고 있다.
/하은선 골든글로브 재단(GGF)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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