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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의대 보내려고?…'전교 1등 여고생' 엄마 시험지 유출 사건의 전말

엄마·전 담임교사·행정실장까지 구속

전교 1등 여학생은 4시간 피의자 조사

시험기간 중 학교에 무단 침입한 혐의(건조물 침입 등)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학부모 B(40대)씨가 15일 대구지법 안동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취재진에게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안동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기말고사 시험지 유출 사건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전교 1등’ 여고생을 위해 엄마와 전직 담임교사가 학교에 침입해 시험지를 빼돌린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해당 학생은 경찰에서 약 4시간 동안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16일 안동경찰서에 따르면 해당 고교 3학년 A양(18)은 시험지를 미리 받아 시험을 치른 혐의(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로 불구속 입건됐으며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진술 여부와 관계없이 송치에 문제가 없다”며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넘길 방침이다.

A양은 입학 이후 줄곧 전 과목 1등을 유지한 ‘전교 1등’으로 알려졌으며 성적 조작 정황이 드러나자 학교 측은 14일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열어 A양의 성적을 모두 0점 처리하고 퇴학 조치하기로 내부 결정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딸을 의대에 보내려 시험지를 훔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 중이다.


비상벨 덕에 발각…시험지 절도, 사실상 ‘상습’

사건은 이달 4일 새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오전 1시 20분께 A양의 어머니 B씨(40대)와 전직 기간제 교사 C씨(30대)는 함께 학교 행정실에 무단 침입해 시험지를 빼내려다 보안 시스템에 적발됐다. 학교 폐쇄회로(CC)TV에는 이들의 침입 장면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고 이를 확인한 교감이 즉시 경찰에 신고하며 수사가 시작됐다.

당시 C씨는 계약 종료 이후에도 학교 출입 지문이 삭제되지 않아 보안 시스템을 통해 교내에 들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C씨는 행정실장 D씨(30대)로부터 인쇄실 열쇠와 교무실 비밀번호까지 사전에 확보해둔 상태였다. 시험지를 탈취하려다 이중 잠금장치에 막히자 교무실에서 국어 과목 관련 자료를 가져가려 했고 이때 작동한 비상벨 덕에 범행이 발각됐다.

조사 결과 C씨는 퇴직 이후에도 최소 7차례 이상 학교에 몰래 드나들었던 정황이 포착됐다. 대부분 시험 기간 밤에 출입한 기록이 확인돼 단발성이 아닌 ‘상습적 시험지 절도 시도’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시험기간 중 학교에 무단 침입한 혐의(건조물 침입 등)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전직 기간제 교사 C(30대)씨가 14일 대구지법 안동지원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 담임이자 과외 교사…2000만 원 금전 거래도

경찰 조사에 따르면 C씨는 A양이 중학생일 때부터 개인 과외를 맡아왔으며 해당 고교에서 재직하던 기간 중 의도적으로 A양의 담임을 맡았다. 당시 담임 반을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고 실제로 A양이 1학년이던 시절부터 시험 정보를 제공하거나 유출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B씨는 C씨에게 중간·기말고사마다 200만 원씩 건네며 약 2년간 총 2000만 원 상당을 입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 금전 거래가 시험지 유출과 과외 지도의 대가로 보고 있다. 현행법상 교사는 재직 중 사교육을 할 수 없으며 이는 기간제 교사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C씨는 경기도 성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재직 중이다. 안동에서 계약 종료 후에도 출입 정보가 삭제되지 않아 이번 범행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A양은 경찰 조사에서 “(시험지가 똑같아)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았지만 훔쳐온 시험지인지는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범된 행정실장…영상 삭제까지 시도

행정실장 D씨는 C씨의 요청으로 일부 CCTV 영상 삭제를 시도했으며 C씨의 지문 출입 등록을 도운 사실이 드러나 구속됐다. D씨는 범행 전부터 보안 허점을 조직적으로 도운 공범으로 확인됐다.

14일에는 C씨가 구속됐고 15일에는 B씨가 구속됐다. 경찰은 A양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북교육청 “보안 전면 개편·관계자 징계”…23일까지 현장 감사 진행

17일 경북도의회 교육위원회는 긴급회의를 열고 경북교육청으로부터 사건 경과를 보고받았다. 회의에서는 전직 교사의 출입 경로와 보안 시스템 관리 부실이 집중적으로 도마에 올랐다.

또한 경북교육청은 이날부터 23일까지 닷새간 해당 학교에 감사실 직원과 평가 담당 장학사 등을 투입해 시험지 유출 경위와 보안지침 준수 여부, 평가 운영실태 등을 점검한다. 도교육청은 또 해당 학교의 보안 출입 방식을 기존의 지문인식에서 카드 방식으로 전면 교체한다고 밝혔다.

또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관련 교직원에 대한 징계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딸 의대 보내려고?…'전교 1등 여고생' 엄마 시험지 유출 사건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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