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나의 에비앙 챔피언십 4라운드 스코어카드는 정말 요란하다. 이글 1개, 버디 4개, 보기 2개 그리고 더블보기 3개를 기록해 파71 코스에서 2오버파 73타를 쳤다. 더블보기 3개는 파3홀, 파4홀, 파5홀 각 1개씩 나왔다. 3라운드 스코어카드도 만만치 않다. 이글 1개, 버디 2개, 보기 4개, 더블보기 1개, 트리플보기 1개다. 5오버파 76타였다.
1라운드 68타(버디 5개, 보기 2개)와 2라운드 70타(버디 4개, 보기 3개)를 칠 때와 완전 딴판 스코어다. 짐작해 보면 컷을 통과한 뒤 선두권으로 치고 오르기 위해 무척 공격적인 코스 공략을 했던 것 같다. 문제는 산악 지형 코스가 공격적인 스타일에 안 맞았다는 점일 것이다. 결국 공동 65위(3오버파 287타)에 머물렀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계 중에는 버디나 이글 그리고 앨버트로스를 모두 합한 뒤 평균을 낸 ‘파 브레이커스 애버리지(Par Breakers Average)’라는 게 있는 데, 윤이나는 4.15개로 공동 9위에 올라 있다. 지난 주 23위에서 무려 14계단을 올랐다. 현재 ‘톱10’에 올라 있는 선수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1위(4.77개)가 세계 1위 넬리 코르다(미국)이고 2위(4.68개)는 세계 2위 지노 티띠꾼(태국)이다. 이어 3위(4.38개) 에인절 인(미국), 4위(4.28개) 이와이 아키에(일본), 5위(4.27개) 제니퍼 컵초(미국), 6위(4.26개) 김아림, 7위(4.24개) 이민지, 8위(4.16개) 이소미, 공동 9위 패티 타와타나낏(태국) 순이다. 윤이나는 버디 확률 부문에서도 14위(22.08%)로 순위가 꽤 높다. 이글 수 부문에서는 공동 5위(7개)를 달리고 있다. 버디나 이글을 잡는 능력에 관한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에비앙 챔피언십 스코어카드에서 보듯이 보기나 더블보기 심지어 때때로 나오는 트리플보기가 스코어를 갉아먹고 있다. 올해 윤이나는 단 한 번도 보기 없는 경기를 하지 못했다. 최소 한 차례 ‘보기 프리’ 라운드를 한 선수는 111명에 이른다. 이 부문 선두는 8회 보기 없는 경기를 한 임진희와 야마시타 미유(일본)다.
윤이나는 보기나 보기보다 나쁜 타수를 친 확률을 구해 낮은 선수가 높은 순위에 오르게 하는 ‘Bogey Avoidance(보기 회피 능력)’ 부문에서도 106위에 머물러 있다. 40차례 라운드 중 141개 홀에서 보기 이하 스코어를 기록했다.
윤이나가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숙제는 보기 이하 나쁜 스코어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물론 윤이나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윤이나가 지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경험 축적이다. 가능한 모든 코스, 모든 대회를 경험해 봐야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어차피 한 해 하고 말 것이 아니라면 길게 보고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3월 초 블루 베이 LPGA부터 지난 주 에비앙 챔피언십까지 14개 대회 연속 출전을 강행군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이번 주 ISPS 한다 위민스 스코티시 오픈과 다음 주 AIG 위민스 오픈까지 ‘유럽 3연전’을 모두 참석할 계획이다.
윤이나는 지금 ‘사서 고생을 하듯’ 성장을 위한 고난의 시간을 갖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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