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에서 반정부 시위가 점점 더 과격해지며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이 “시위대의 다리를 총으로 쏴라”고 지시하면서 강경 대응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루토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통해 경찰에 상점을 파손하는 시위 참가자의 하반신을 조준해 제압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다른 사람의 재산을 불태우러 가는 사람은 죽이지 말고 다리를 쏴서 병원으로 보내야 한다”고 발언했다.
또 “우리 경찰, 우리 보안 요원, 경찰서를 포함한 보안 시설을 공격하는 사람들은 선전 포고를 하는 동시에 테러를 저지르는 것”이라며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다. 테러에 의해 운영되고 폭력에 의해 통치되는 국가는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나라는 조급하고 위헌적인 수단으로 정부를 바꾸려는 일부에 의해 파괴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토 대통령의 이러한 강경 메시지는 케냐인권위원회가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총 31명이 사망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직후 나왔다.
인권위는 전날 진행한 기자회견을 통해 시위 진압 과정에서 최소 31명이 목숨을 잃고, 107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약 530명이 체포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 7일 정부의 부패와 경찰의 가혹행위, 정부 비판 세력에 대한 탄압에 반발한 시민들이 수도 나이로비를 포함한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로 거리로 나서며 촉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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