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 경쟁의 핵심 기업이자 엔디비디아의 최대 경쟁사로 부상한 중국 기업 화웨이. 화웨이는 통신 장비 세계 1위를 넘어 인공지능(AI) 반도체 1위 기업으로 올라선 엔비디아를 위협하는 중국 기술 굴기의 상징과도 같은 기업이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화웨이를 최근 2년 연속 경쟁자로 지목했다. 그러나 중국 기업답게 화웨이는 베일에 싸인 테크 제국으로 유명하다. 창립자인 런정페이 회장도 은둔형인 까닭에 화웨이는 더욱 베일에 싸인 미스터리한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신간 ‘화웨이 쇼크’는 중국 기업, 비상장사, 종업원지주제도라는 특성상 베일에 싸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비롯해 그럼에도 엔비디아 등 유수의 기업을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한 화웨이에 대해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의 테크 전문 기자인 저자의 밀착 취재로 5년 만에 완성됐다.
우선 화웨이는 1987년 홍콩과 인접한 선전 경제특구에서 전화교환기 벤처 기업으로 출발했다. 군 엔지니어 출신인 런정페이는 창업 이후 소위 목숨을 걸고 사업에 매진했다. 이를테면 한 단계 발전한 전화교환기를 만들 계획이던 1993~1994년 직원들에게 프로젝트가 실패할 경우 회의실 창밖으로 뛰어 내리겠다고 위협했다고 한다. 성공 여부에 대해 모두 확신하지 못했지만 이미 필요한 자금을 터무니없는 이율로 빌렸기에 실패할 경우 파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이같은 치열함 외에 공산당의 지원과 직원들의 헌신, 공격적인 중동·아프리카·유럽 진출로 미국의 제재와 중동 분쟁 속에서도 잇달아 성과를 냈다. 그 결과 2024년 자체 개발한 5G 스마트폰 ‘메이트 70’을 히트시키며 매출액이 전년 대비 22.4% 증가한 174조 원(8621억 위안)을 기록했다. 또 화웨이는 글로벌 점유율 1위(31%)의 통신 장비 부문을 바탕으로 신사업에도 도전해 연구개발(R&D)에 매진했다. 이는 곧 성과로 나타났고 미중 힘의 균형이 유지되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치열해지는 미중 힘겨루기 속에서도 중국이 미국에 밀리지 않았던 이유는 R&D에 과감히 투자하며 기술 굴기로 무장한 화웨이 같은 기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R&D가 한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부각하는 요인이자 한 나라가 기술·경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핵심이기도 한 것이다. 실제로 화웨이를 키운 요소 중 하나는 R&D에 있다. 화웨이는 2024년 R&D에 매출의 20%인 36조 원을 투입했다. 순이익은 전년 대비 28% 줄었지만 개발비는 9% 늘려 잡았다.
책은 화웨이의 R&D 스토리에 대해 상세히 기술했다. 기술 선진국이 후발 주자에게 뒤통수를 맞는 순간인 ‘스푸트니크 모멘트’를 지금 세계가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실감나고 흥미로운 사례들을 통해 화웨이의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물론 미래까지도 전망할 수 있다. 경쟁사 제품 베끼기, 과도한 접대와 개인 생활을 앗아가는 근무 환경 등 화웨이의 어두운 면도 다뤄 성공 신화에 균형을 맞췄다. 3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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