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한미연합 정례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연습이 북한을 향한 가장 적대적인 의사표명이라고 비판하며 핵무력 강화 의지를 강조했다.
지난 19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은 ‘을지 자유의 방패’가 시작된 18일 평안남도 남포조선소를 방문해 북한의 첫 번째 5000t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함’의 무장체계 통합운영 시험 과정을 점검했다고 보도하고 이 자리에서 “또다시 감행되는 미국과 한국의 합동군사연습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가장 적대적이며 대결적이려는 자기들의 의사를 숨김 없이 보여주는 뚜렷한 립장 표명”이라고 비난했다.
다음 날에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한미의 새 연합작전계획인 ‘작계 5022’까지 지목하며 북한의 핵 공격 능력을 조기에 무력화하는 계획이 담겼다고 성토했다.
지난 20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 부부장은 19일 외무성 주요 국장들과 협의회를 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외정책 구상을 전달 포치(지도)하는 자리에서 18일 시작된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 “침략전쟁연습”이라며 “이번 합동군사연습에서 우리의 핵 및 미싸일능력을 조기에 제거하고 공화국 령내로 공격을 확대하는 새 련합작전계획(작계 5022)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흘 뒤 지난 23일에는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낸 담화에서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이 극히 도발적이라며 자위권 행사로 대응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대변인은 UFS가 “우리 핵시설에 대한 사전원점타격을 가상한 전쟁각본인 ‘작전계획 2022’의 적용과 련대급 이상 무력, 기계화 타격 집단들이 공격서렬로 편성, 기동하면서 실사격하는 각종 훈련만으로도 그 엄중성과 위험성을 체감케 하고 있다”며 “극히 도발적이고 침략적인 대규모 실전연습”이라고 주장했다.
이 담화는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도 실렸다. 북한은 지난 20일 ‘2025 UFS’ 시행을 비난하는 조선중앙통신사 논평을 노동신문에 게재한 것을 시작으로 매일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북한이 매년 8월에 실시하는 한미연합 정례훈련에 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김정일 국무위원장을 시작으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북한군 총참모부까지 우리 군의 ‘작계 2022’를 지목하며 맹비난 하는 이유는 결국 한미연합 훈련에 대한 거센 반감과 대규모 야외기동훈련 실시에 따른 두려움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군이 2급 비밀로 분류해서 관리하는 ‘작전계획’에는 어떤 게 있을까. 군은 대외적으로 공식 발표한 적이 없지만 군 안팎에서 회자되는 ‘작계’에 대해 정리해봤다. 이 작계들은 한미연합작전계획(OPLAN·Operation Plan)으로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해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수립한 군사작전계획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북한이 매년 비난하는 ‘작계 5022’다. 북한과의 전면전에 대비하는 작전계획으로, 북한군을 휴전선 남쪽 20~30㎞에서 한국군이 저지하면 그 사이 미군이 증원되고 전열을 재정비해 반격하는 개념이다. 최초에 ‘작계 5027’으로 명명했다. 1974년에 수립된 작계 5027은 유사시 군사력의 한반도 전진배치인 작전계획 ‘5027-74’, 북진작전과 평양을 포위하는 ‘5027-92’, 영변핵시설 선제타격을 담은 ‘5027-98’ 등이 있다.
그러나 2016년 9월 군 내부 전산망이 해킹당하는 사건으로 2급 기밀인 작계 5027이 외부에 유출되면서 작계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렇게 개정된 것이 ‘작계 5015’로 변경됐다. 작계 5015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제거하는 작전과 북한의 공격과 동시에 반격하는 선제타격 개념이 적용됐다. 작계 5027은 미군 주도로, 작계 5015는 한국군 주도로 실시하는 게 차이점이다.
2022년부턴 기존 작전계획(작계 5015)을 대폭 수정하는 작업에 돌입해 2024년 약 10년 만에 새 작전계획을 마련했다. 작계 5022는 기존 작계 수립 때보다 고도화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 대한 대응 계획을 보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2017년 핵무력 완성을 공언한 이후 한미가 마련한 첫 연합 작계로, 북한의 핵무기를 현실적 위협으로 인정하고 수립된 것으로 전해졌다.
적 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발사 전에 제거하는 ‘킬체인’ 개념을 확장해 북한의 핵 공격 의도가 식별되면 사이버 및 우주 능력까지 총동원해 관련 능력을 조기에 무력화하는 계획 등 선제공격과 지휘부 제거, 국토 점령 및 전쟁 승리 후 안정화 작전 등 모든 시나리오로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으로 북한의 선제 공격이나 도발 등 유사시에 대비해 수립한 타격 중심의 대북 보복작전인 ‘작계 5026’이 있다. 작계 5026에는 북한 내 전략목표를 파괴하기 위한 정밀유도폭탄, 특히 전천후 파괴력을 가진 합동직격탄(JDAMs)을 투하할 수 있는 전폭기·폭격기들이 동원돼 1000개 이상의 타깃을 동시에 타격한다. 함정과 핵추진 잠수함에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발사를, 항공모함을 이용한 입체적인 작전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면전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국지적인 폭격을 가하기 위한 미국의 한반도 전쟁 전략 중 하나다. 북한 핵 시설을 ‘족집게 폭격’(surgical strike)하는 계획이다. 동시에 북한의 반격을 저지하기 위해 북한 지휘부와 군사령부, 방공망, 미사일 기지 등도 정밀 폭격한다.
이를 위해 미 공군력이 총동원돼 폭탄 세례에 나선다. 동원되는 군사력은 미 공군에서 F-15E 이글전폭기, B-1B, B-52 장거리 폭격기, 전천후 전폭기 F-22스텔스기, 최신예 B-2스텔스 장거리 폭격기 등이 주축이 된다. B-1B, B-52 장거리 폭격기는 괌에 사전배치되며 F-22스텔스기는 미 본토에 있는 49비행단에서 출동하거나 한국 군산기지에 배치된다. 최신예 B-2 스텔스 폭격기가 2~4대 정도 투입돼 가장 먼저 공격을 개시한다.
다른 작계와 차별점은 시차별 부대전개 제원에 따른 증원군이 한반도에 도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군과 동북아의 미군이 자체 전력만으로 북한의 핵 시설 등을 정밀폭격 하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포함해 북한군 지휘부 참수 계획인 ‘작계 5027’도 가장 베일 가려진 비밀이다. 2017년 검토를 마친 뒤 작전계획 5028에는 ‘북한의 우발적 도발에 따른 특공대 투입 및 엄호 폭격’ 내용을 담은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 전문가들은 “작전계획 5028 추가 내용 가운데 특공대 투입 및 엄호 폭격은 미국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김정은 참수작전’ 일환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고 있다.
사실 김정은 참수작전은 2016년 마련된 ‘작전계획 5015’에 처음으로 포함된 내용이다. 기존 방어 개념이 아닌 ‘선제타격 및 참수작전’이란 파격적인 내용으로 국제적인 이목을 끌었다. 주목할 점은 작전계획 5015에 명시된 ‘참수작전’의 경우 한미 연합작전이라면, 잘 알려지 않는 작전계획 5028에 참수작전이 포함됐다면 여기서 언급된 ‘참수작전’은 미국의 단독 작전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작계 5029’도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 2006년 한미 양국 국방장관이 급변사태에 대한 전략지침 마련에 합의한 뒤 개념계획으로 시작돼 만들어졌다가 노무현 정부가 주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후속 논의를 중단했다. 이후 이명박 정부 시절 작계 수준으로 구체화 됐다.
작계 5029는 북한 급변사태를 북한 정권교체, 쿠데타 또는 주민봉기에 의한 내란, 핵·생화학무기·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탈취 및 반출 위험, 북한 주민 대량 탈북, 홍수 지진 등 대규모 재난, 북한 내 한국인 인질사태 등 6가지 상황으로 상정해 상황별 대응 방안이 수립됐다.
주변국과의 외교협력에서부터 군사력 투입 여부와 시기·규모 결정,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의 안정적인 확보 작전, 무장세력의 무장해제, 긴급구호 작전, 난민수용 방안, 한반도 안정화 작전 등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으로 일종의 ‘북한 고사작전’으로도 불리는 계획인 ‘작계 5030’도 있다. 한미가 공동으로 수립해 실행하는 작계 5026, 5027(작계 5022), 5028, 5029 등이 있지만, 5030은 이 같은 작전계획의 시리얼 넘버의 마지막에 위치하는 생소한 개념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지시에 따라 토머스 파고 태평양 사령관과 미 국방부 작전 담당관들이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계 5030의 핵심은 군사적 충돌 발발전에 작전권을 쥐고 있는 지역사령관에게 김정일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한 다양한 저강도 작전을 구사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군 통수권자의 승인 없이도 가능한 사전작전은 북한의 제한된 자원을 고갈시키고 군부의 동요를 유도해 김정일 정권이 붕괴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일례로 작계 5030 초안은 R-135 정찰기를 북한 영공에 근접 비행시켜 북한 전투기들의 잦은 출격을 유도함으로써 극심한 에너지난을 겪고 있는 북한의 보유 연료를 소진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미군이 사전 예고없이 기습적으로 한반도 주변에서 수주간 지속되는 군사훈련을 실시함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불가피하게 대비태세를 갖추게 해 식량 등 전시대비 비축자원을 소진시키는 내용도 포함됐다. 뿐만 아니라 금융시스템 교란과 허위정보 유포 등 전통적인 작전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던 다양한 전술작전을 구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 작전 계획은 2000년 초반 북한 정치·경제 수준을 고려한 작전 계획이다.
참고로 작전계획(OPLAN)은 미군의 군사작전계획이다. 계획수립부대에 따라 4개의 숫자로 분류해 ‘작계0000’식으로 분류해 관리한다. 코드네임 1000번대는 미 중부사령부(USCENTCOM, 중동·이집트·중앙아시아 지역)가, 2000번대는 미 북부사령부(USNORTHCOM, 미국 본토 지역) 등이 세운다. 9000번대까지 명명하는 것으로 로 알려졌는데, 현재 한국에 적용되는 작계는 미 태평양사령부가 세운 작전으로 숫자 5000번대로 시작된다. 따라서 가장 대표적인 ‘작계 5022’는 전시작전권이 미군에서 한국군으로 전환되더라도 북한과의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안타깝게도 미 태평양사령부 주도로 한국군이 지원하는 작전계획을 통해 한반도 전쟁을 수행해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기정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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