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로 매운 음식이 건강에 해로운 수준을 넘어, 심장 질환자에게는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의료계 경고가 나왔다.
최근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응급의학 전문의 앨런 캐핀 박사는 일부 고추류에 들어 있는 ‘캡사이신’ 성분이 혈관을 수축시키면서 혈압과 심박수를 급격히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심장마비 가능성도 커진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그는 “심장이 약하거나 선천적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경고는 최근 영국 런던의 한 식당에서 ‘세계에서 가장 매운 카레’를 맛본 남성이 곧바로 균형을 잃고 식당을 뛰쳐나가는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600만 회 이상 조회되며 주목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캡사이신 성분이 일반적으로 생명에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엔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3년 미국에서는 14세 소년 해리스 월로바가 극도로 매운 감자칩을 먹는 SNS 챌린지에 참여한 후 심장마비로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부검 결과 기저 심장질환이 있었으며, 과도한 캡사이신 섭취가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터프츠 메디컬센터의 제임스 우델슨 박사는 “매운 음식을 과하게 먹으면 심장 근육으로 가는 혈류에 이상이 생겨, 부정맥 같은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캡사이신의 치명적인 섭취량은 개인에 따라 달라 정확한 기준은 없지만, 매운맛의 정도는 ‘스코빌 척도’(Scoville Scale)로 구분된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자극도 강해진다.
문제는 최근 틱톡 등 SNS에서 ‘극도로 매운 고추 먹기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팔로워 1630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한 인플루언서가 ‘유령 고추’를 연속으로 먹은 뒤 고통에 못 이겨 우유를 마시는 영상도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고추는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로 알려진 인도의 ‘부트 졸로키아’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애스턴대학교의 영양학자 듀에인 멜러 박사는 이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매우 매운 음식을 먹을 경우 위장 질환은 물론이고, 식도암 위험까지 커질 수 있다”며 “매운 음식이 위산 역류를 유발하면 식도 점막 손상으로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2년 발표된 연구에서도 매운 음식과 식도암 발병 간의 연관성이 확인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극도로 매운 음식은 단순한 장난이나 도전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라며, “기저 질환자라면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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