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내 기업은 물론 서학개미들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던 미국의 '보복세(revenge tax)' 계획이 철회됐다. 경제협력기구(OCED)가 도입하는 글로벌 최저한세 대상에서 미국 기업은 제외하기로 미국이 주요 7개국(G7)과 합의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그 대가로 보복세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26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의회 상하원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요청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법안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 899조 보복세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자신의 X 계정에 “상원과 하원에 법안 내 899조 보호조치(보복세)를 제외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후 상하원의 세무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제이슨 스미스 하원의원과 마이크 크라포 상원의원은 “베선트 장관의 요청에 따라, 아울러 미국의 세무 주권을 지키기 위한 공동의 이해에 따라 감세법에서 제안된 899조를 삭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복세는 미국 기업에 디지털세 등 불공정한 세금을 매기는 국가를 겨냥한 보복 조치로, 해당 국가 출신의 기업이나 투자자가 미국 내에서 올리는 배당·이자·사업소득 등에 대해 최대 20%의 추가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이 조치를 적용하는 국가의 기업과 투자자들에 대해서는 고율의 세금을 부과받게 돼 해외 각국의 입장에서 감세법 내 최대 독소조항으로 꼽혔다. 미국 주식 투자에 대한 배당 수익도 최대 35%의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서학개미들의 우려도 컸다.
그동안 보복세는 미국 내에서도 해외 기업의 미국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무역 전쟁이 자본 전쟁으로 확장될 수 있는 ‘트리거’라는 평가도 있었다. 이에 최근 미국 상원 공화당 의원들은 보복세 조항의 적용 시기를 2027년으로 미루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베선트 장관은 보복세를 철회한 이유에 대해 미국 기업이 OECD 글로벌 최저한세를 면제받기로 G7과 합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다국적 기업의 세금회피를 막기 위해 각국이 최저세율을 도입해 전세계 어디서든 최소 15%의 세금을 매기자는 제도다. 미국은 자국의 과세 주권을 침해한다는 이유 등으로 이에 반대해왔다.
베선트 장관은 “수개월간 다른 국가들과 OECD 글로벌 조세 협정에 대해 생산적인 대화를 이어온 끝에 우리는 미국의 이익을 수호하는 G7 국가 간 공동 합의를 발표하게 됐다”며 “OECD의 글로벌 최저한세는 미국 기업에 적용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몇 주, 몇 달에 걸쳐 OECD와 G20의 포괄적 프레임 내에서 합의를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월가에서는 미국 내 해외투자 위축 우려를 덜었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스콧 세머 뉴욕 토리스 로펌 파트너는 “미국에 자주 투자하는 비미국계 투자자들에게는 긍정적인 진전”이라며 “투자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도 큰 짐을 덜게 됐다. 한국도 2022년 OECD 국가들 중 가장 먼저 글로벌 최저한세 규정을 국내법에 반영한 뒤 올해부터 세부 규칙을 시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은 EU, 영국, 캐나다, 호주 등과 함께 미국 보복세 조항에 영향을 받는 주요 국가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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