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은 최근 청각 임플란트 수술 3000례를 달성했다고 24일 밝혔다.
사람의 귀는 바깥에서부터 외이, 중이(고막과 이소골), 내이(달팽이관)로 구성된다. 난청은 크게 외이와 중이에 문제가 생긴 '전음성 난청'과 내이의 문제로 발생한 '감각신경성 난청'으로 나뉜다. 전음성 난청은 외부 소리 진동을 키워주기 위해 보통 보청기를 착용한다. 감각신경성 난청의 경우 중등도 수준까지는 어느 정도 보청 재활이 가능한데, 달팽이관의 유모세포 또는 청신경 이상으로 고도 난청이 생기면 아무리 큰 소리를 들려줘도 말소리로 제대로 인식하기 어렵다. 이 때 음파를 전기신호로 변환하는 과정을 대신함으로써 난청을 교정하는 장치가 인공와우다. 귀 바깥에 달린 어음처리기가 외부 소리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체내 임플란트로 전달하고, 임플란트는 이를 전기자극으로 바꿔 달팽이관 속으로 전달한다. 청신경이 이를 뇌로 보내 말소리를 명료하게 인식하게끔 만드는 원리다.
세브란스병원은 고 김희남 이비인후과 교수가 1988년 10월 11일 국내 첫 인공와우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한 이래 2013년 1000례, 2019년 2000례를 달성하며 난청 수술을 선도해왔다. 양적 기록을 세운 것은 물론 인공중이·골전도 임플란트·청성뇌간이식 등 다양한 수술기법을 적용하며 환자들의 선택지를 넓혔다. 인공중이는 중등도의 감각신경성 난청이나 보청기 착용이 불가능한 전도성 난청이 있을 때 이소골을 직접 자극해 보청기보다 좀 더 명료하고 자연스러운 소리를 듣게 해준다. 골전도 임플란트는 외이나 중이에 이상이 있을 때 귀를 거치지 않고 두개골 뼈를 통해 달팽이관에 소리 자극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청신경 자체가 없거나 손상된 경우 임플란트를 뇌 안에 직접 넣는 청성뇌간이식을 고려할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이번에 달성한 3000례 중 인공와우는 2376건, 인공중이· 골전도 임플란트·청성뇌간이식은 각각 2376·408·190·26건이었다. 국내 인공중이 시술 건수가 약 1000건임을 감안하면 세브란스병원이 전체의 약 40%를 소화하고 있는 셈이다.
정진세 이비인후과 교수는 지난 15년간 3500명이 넘는 난청 환자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진료의 전 과정에서 환자 맞춤형 정밀의료를 실현하고 있다. OSBPL2, NLRP3 유전자 변이 환자를 대상으로 라파마이신, 아나킨라 등 약물치료와 임플란트를 병행해 청력 회복과 이명 개선을 확인했다. 최재영 이비인후과 교수와 함께 펜드린(pendrin), KCNQ4 유전자 돌연변이 난청에 적용할 수 있는 표적치료제를 개발해 기술이전하는 성과도 냈다.
청각 임플란트는 시술 및 수술 이후 재활 과정이 필수다. 수술을 받더라도 넓은 범주의 소리를 듣는 데는 제약이 있고 수술받은 환자가 편하게 받아들이는 소리의 주파수와 범위를 조정하는 매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청각 임플란트 수술 성공률을 높이고 환자 맞춤형 청력 재활을 위해 청각검사실, 청각언어치료실, 사회사업팀, 하님정밀의료센터가 하나의 팀으로 움영되는 체계적 진료 시스템을 구축했다. 수술 성공률을 높이고 환자 맞춤형 청력 재활을 시행하기 위해 수술 전 단계부터 이비인후과를 중심으로 다양한 과목의 전문의가 참여하는 다학제 진료를 시행한다.
2012년 9월부터는 KT의 후원으로 인공와우 수술 아동의 청각 회복과 사회 재활을 돕는 ‘꿈품교실’을 운영 중이다. 꿈품교실에서는 언어치료는 물론 음악, 미술, 영어 클래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전남, 제주, 경북 등 전국에 꿈품교실 운영 노하우를 전수한 데 이어 해외 환자들의 청력 회복 및 사회 적응을 위해서도 힘쓰고 있다. 2019년에는 청각 재활 시스템이 미비했던 캄보디아에 꿈품교실 2호를 개소했다. 현지 최초로 청각장애 아동을 위한 청각 재활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최 교수는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40년간 획기적인 기술 진보를 견인하며 난청이라는 장애를 극복했다”며 “유전적 요인 분석, 종양과의 연계 치료, 약물과 수술의 병행 등 통합적 접근을 통해 차별화된 난청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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