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검보가 검찰 마크가 달린 브리핑실에서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는 보도사진을 보니 수사 주체가 검찰인지 특검인지 구분이 안 되네요.”
한 검찰 관계자는 최근 몇 차례 있었던 내란 특검 브리핑 보도를 보면서 이같이 푸념했다. 3대 특검 중 가장 규모가 큰 내란 특검의 주체는 사실상 검찰이라고 해도 틀린 얘기는 아니다. 수사를 총지휘하는 조은석 특검은 서울고검장을 지냈고 특검보 6명 중 5명이 검사를 하다 나온 변호사들이다. 수사 실무를 담당하는 부장검사나 평검사도 모두 현직 검사다. 사무실도 서울고검에 있는데 고검 내 방호 관리 등 각종 용역도 검찰과 동일하게 쓴다. 김건희 특검도 마찬가지다. 수사 실무를 맡은 검사·수사관은 검찰에서 왔다. 말이 특검이지 검찰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수사하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를 기치로 내세운 여권의 검찰 개혁 주장과 다르게 역설적으로 내란 특검에는 수사와 기소가 정확히 일치하는 권한이 부여됐다. 여권에서는 검찰을 믿지 못한다고 하지만 특검에서는 누구보다 검찰을 신뢰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정부와 여권은 이처럼 권력형 범죄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현행 검찰 시스템에 여전히 의지한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의 다수의 특검 발의를 보듯이 앞으로 나올 권력형 범죄에 대해서는 수사·기소가 일치하는 특검에 의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빠르고 과감하게 처리하기 때문이다.
다만 대부분 서민 대상 형사사건은 얘기가 달라진다. 여권에서 추진하는 공소청과 중수청 설치에 따른 기소와 수사 분리는 100% 평범한 시민들 사건에 적용될 것이다. 과거 300명에 가까운 서민들이 전세사기를 당해도 정치권에서 특검을 하자고 주장한 사례는 한 차례도 없다. 결국 수년 안에 이뤄질 수사·기소 분리라는 사상 초유의 형사 사법 개혁 실험 대상은 권력자가 아닌 서민들이다.
현재 특검에 검찰 소속 매머드급 수사팀이 파견을 갔다. 가뜩이나 인력난에 시달리는 지방 검찰청에서는 한두 명 검사가 파견을 가면 일선 업무가 마비된다. 올해 말 특검이 해체돼도 잔여 수사는 다시 검찰로 간다. 여기에 공소·수사청으로 분리되는 개혁까지 현실화되면 전세사기·보이스피싱·마약 등 각종 범죄 수사 지연의 직격탄을 맞는 사람들은 일반 시민들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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