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초대형 은행(G-SIB)’의 자본 건전성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대형 금융기관이 국채를 매입하고 시장에서 중개할 수 있는 여력을 높여 국채 시장의 안정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도 대형 은행들이 이번 조치로 생긴 여윳돈으로 미국 국채를 매입해 채권금리를 낮춰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5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연준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대형 은행에 적용하는 보완적 레버리지비율(SLR) 기준을 낮추는 내용의 규칙 제정 예고안을 5대2로 통과시켰다. SLR은 금융기관이 갖고 있는 자산가치가 하락하거나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어느 정도 손실을 자체 흡수할 수 있도록 기초 자본금을 일정량 보유하고 있도록 한 규제다. 미국은 그동안 바젤 기준에 맞춰 일반 은행은 SLR 기준을 3%로 적용하되 JP모건체이스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등 8개 초대형 은행에는 국제 기준보다 더 엄격한 5%를 적용해왔다. 개정안은 초대형 은행 지주사와 자회사에 적용되는 SLR을 3.5~4.5%로 내리는 것이 골자다. 이번 개정으로 8개 초대형 은행은 총 130억 달러의 자본금을 덜 충당해도 된다. 자회사까지 합치면 2000억 달러 이상의 여유 자본이 생기게 된다. 이번 조치로 금융기관들의 국채 매입과 중개 여력이 커지면 국채 수요와 유동성이 함께 늘 것으로 관측된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앞서 “(조정할 경우) 미국 국채 수익률이 수십 bp(bp=0.01%포인트) 내려갈 수 있다는 추정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대체할 차기 후보군으로 3~4명을 추렸다고 밝혀 조기 교체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연준 이사를 지냈던 케빈 워시 후버연구소 펠로, 베선트 장관,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 연준 의장 교체설이 나오자 달러인덱스가 97선을 기록하며 달러화 가치가 3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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