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을 자주 꾸는 사람일수록 조기 사망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과 아비데미 오타이쿠 영국 치매 연구소 박사 연구팀은 유럽 신경학 아카데미(EAN) 총회에서 “악몽은 흡연이나 비만, 질 낮은 식단, 운동 부족보다도 조기 사망을 더 강하게 예측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8~10세 어린이 2429명과 26~86세 성인 18만 3012명을 대상으로 악몽 빈도와 조기 사망률 간 연관성을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연구 초기에 악몽을 얼마나 자주 꾸는지를 보고했고 이후 19년에 걸쳐 추적 조사를 받았다.
분석 결과 매주 악몽을 꾼다고 응답한 성인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70세 이전에 사망할 확률이 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 단위를 넘어 월 단위로 악몽을 꾸는 경우에도 조기 사망 위험이 유의하게 상승했다. 오타이쿠 박사는 “연령, 성별, 인종, 정신 건강 상태와 무관하게 악몽과 조기 사망 간에는 일관된 연관성이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참가자들의 텔로미어 길이를 측정해 생물학적 노화 속도를 평가했다. 텔로미어는 세포의 염색체 끝에 위치한 DNA 구조로 그 길이가 짧을수록 노화가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석 결과 악몽을 자주 꾼다고 응답한 아동과 성인 모두 텔로미어가 평균보다 짧았으며 이는 조기 사망의 약 40%를 설명하는 요인이 되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의 배경으로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을 지목했다. 악몽은 코르티솔 분비를 자극하고 그 분비가 장기화되면 고혈압, 근육 손상, 만성 피로, 불면증 등으로 이어지며 신체 전반의 노화를 가속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악몽은 수면 중 갑작스러운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켜 심박과 호흡을 급격히 높이고 땀을 흘리거나 심장이 빨리 뛰는 상태로 잠에서 깨게 만든다. 이 같은 반응이 반복되면 만성 스트레스 상태에 놓이게 되고 결국 생존률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오타이쿠 박사는 “악몽은 생각보다 흔한 현상이지만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라며 “지속적으로 악몽을 꾸는 사람은 수면 환경을 점검하고 스트레스와 불안을 줄이기 위한 생활 습관을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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