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열성 골프 팬이 많은 박성현과 윤이나는 올해 컷 오프와 지난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드가 사라지는 박성현은 10개 대회에 출전해 9차례 컷 탈락했고 잔뜩 기대를 받으면서 LPGA 무대에 뛰어든 신인 윤이나도 13개 대회에서 6차례 컷 오프 됐다. 두 선수 모두 침체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남다른 성적’이 필요한 시점이다.
때 마침 열리는 LPGA 투어 유일의 2인 1조 ‘팀 대항전’ 다우 챔피언십에서 대한민국 최고 버디 사냥꾼 박성현(31)과 윤이나(22)가 뭉쳤다.
26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미시간주 미들랜드의 미들랜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이 대회에 한 팀으로 출전하기로 의기투합한 것이다.
어릴 때부터 ‘선배 박성현’을 좋아하고 존경했다는 윤이나가 소속사를 통해 한 팀 구성을 타진했고 박성현이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남다른 팀’이 꾸려졌다. 박성현과 윤이나는 같은 매니지먼트사(세마스포츠마케팅) 소속이다.
대회는 공 하나로 번갈아 샷을 하는 포섬 방식과 두 명이 각자 공으로 경기해 매 홀 더 좋은 스코어를 택하는 포볼 방식으로 나흘간 번갈아 진행된다. 두 선수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한 경기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박성현과 윤이나는 무척 비슷한 골프 스타일을 갖고 있다. 장타력을 앞세운 다분히 공격적인 플레이를 한다. 두 선수 모두 국내 무대에서 뛸 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평균 버디 부문 1위를 두 번씩 했다. 2015년(3.71개)과 2016년(4.67개)에는 박성현이 평균 버디 1위에 올랐고 2022년(3.91개)과 2024년(4.05개)에는 윤이나가 1위를 차지했다. 비슷한 성향의 골프는 득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두 선수의 버디 본능이 제대로 불붙는다면 우승까지도 넘볼 수 있는 상승작용을 할 것이란 예상이다.
72개 팀이 출전하는 이번 대회에는 한국선수끼리 팀을 이룬 사례가 많다. 김효주와 지은희, 이미향과 전지원 그리고 이정은6도 주수빈과 한 팀을 꾸렸다. 동포 선수와 의기투합한 한국 선수도 있다. 전인지가 미국 동포 제니퍼 송과 팀을 이뤘고 김세영은 미국 동포 오스턴 김과 힘을 뭉쳤다. 리디아 고(뉴질랜드)와 대니얼 강(미국)은 동포 선수끼리 팀을 이룬 사례다. 로즈 장(미국)과 팀을 이룬 유해란과 후루에 아야카(일본)와 한 팀이 된 안나린의 성적에도 관심을 가질만하다. 쌍둥이 자매끼리 팀을 짠 이와이 아키에-이와이 치사토 팀, 역시 자매끼리 팀을 이룬 에리야 쭈타누깐-모리야 쭈타누깐 팀도 흥미롭다. 신인 1, 2위를 다투는 다케다 리오와 야마시타 미유(이상 일본)도 우승을 위해 한 팀으로 뭉쳤다.
그리고 가장 주목 받는 팀이 있다. 바로 작년 우승을 차지한 지노 티띠꾼(태국)과 인뤄닝(중국) 팀이다. 지난 해 출전할 때는 인뤄닝이 세계 4위, 티띠꾼이 세계 12위였지만 올해는 티띠꾼 세계 2위, 인뤄닝 세계 4위로 더 막강해졌다.
물론 팀 대항전에도 컷 오프는 있다. 상금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2라운드까지 공동 30위 이내에 들어야 한다. 대한민국 역대 최강의 버디 사냥꾼들로 뭉친 ‘남달라 호’는 과연 험난한 ‘컷 오프의 산’을 넘고 드넓은 ‘상금의 바다’로 무사히 항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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