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예술고등학교에서 최근 고등학생 세 명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부산교사노조가 23일 성명을 내고 교육 당국과 학교 재단에 책임 있는 대응과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23일 부산교사노조는 먼저 “생을 달리한 학생들의 명복을 빈다”며 유가족과 친구들, 학교 구성원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했다. 이어 “이번 비극은 단순히 개인의 불행으로 치부할 수 없다”며 교육공동체의 책임을 강조하고 근본적 구조 점검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일부 학생이 전공 수업 중 겪은 어려움과 강사 교체로 인한 수업 혼란 속에서 학업 스트레스를 호소한 정황과 함께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서에는 이와 관련된 내용이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사실관계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노조는 “예술계 고등학교는 실기 중심 교육의 특성상, 전공 강사와의 관계, 수업의 연속성이 학생의 정체성과 진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강사 교체가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라 학생들에게는 존재의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학생과 교사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교육과정과 인사 운영이 누적돼 왔다면, 이는 학교 재단과 교육청 모두의 책임”이라며 “사학 운영 전반에 대한 성찰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사안에 대한 신속하고 공정한 진상조사, 예술계고 강사 고용의 안정성과 투명한 인사 절차 마련, 학생 심리·정서 지원체계 확충, 사망 사건을 구조적 문제로 진단하고 제도 개선에 착수할 것 등 4가지 요구사항을 교육부와 부산시교육청에 제시했다.
김한나 노조 위원장은 “공교육의 책임은 입시 실적이 아니라 학생이 안전하고 존중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있다”며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학생 보호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과 교육 당국은 현재 사건과 관련된 경위를 조사 중이며 해당 학교 측은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과 지원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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