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폭탄이 아닌 커피를 만듭니다."
2002년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클럽에서 폭탄을 터뜨려 200명 넘게 사망케 했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사건의 주범이 커피 브랜드를 론칭해 희생자 유가족들의 분노를 건드리고 있다.
최근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2002년 발리 이슬람 테러 사건의 핵심 인물 우마르 파텍은 인도네시아에서 자신의 커피 브랜드 '라무 커피 1966 by 우마르 파텍'을 론칭했다. '라무(RAMU)'는 자신의 이름 '우마르(UMAR)'를 거꾸로 쓴 것이다. 인도네시아어로 '섞다, 조합하다'는 의미도 된다.
파텍은 2002년 10월 인도네시아 발리 쿠타 지역에서 발생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사건에서 폭탄을 조립한 인물 중 한 명이다. 당시 외국인 관광객이 많았던 클럽에서 터진 폭탄으로 202명이 사망하고 209명이 다쳤다. 그는 2000년 12월 인도네시아 전역 11개 교회를 노린 연쇄 폭탄 테러에도 가담한 사실이 있다.
파텍은 도피 생활을 이어오던 중 2011년 파키스탄에서 체포됐다. 2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모범수로 지난 2022년 석방됐다.
커피 브랜드 사장으로 새 출발을 알린 파텍은 자신이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소개하며 "과거의 쓴맛(폭탄)은 생명을 앗아갔지만 지금의 쓴맛(커피)은 사람들을 치유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 같은 발언에 테러 피해자 유가족들은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당시 테러로 20대 아들을 잃은 호주인 산드라 톰슨 씨는 "아직도 자신이 저지른 일이 옳다고 믿는 것은 아닌지, 202명의 목숨과 태어나지 못한 아기, 지금도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많은 생존자가 있는데 그가 그 대가를 제대로 치렀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파텍은 "공개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이미 여러 차례 사과했다"면서 "사과해도 '전략적이다'라고 하고 사과를 안 하면 '오만하다'고 하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억울해 했다. 파텍은 "단순한 커피 사업이 아닌 새로운 삶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인도네시아 레스토랑 업체 '헤돈 에스테이트'는 인스타그램에 "구원과 성찰의 한 잔"이라며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전직 테러범의 커피 사업"이라며 파텍의 커피 브랜드 론칭 소식을 전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피해자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된다", "국가가 피해자를 치료하는 것보다 테러리스트를 치료하는 게 더 잘 되는 것 같다"며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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