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우리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필수입니다. 깨끗한 물을 마시는 것은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권입니다.”
김효진 위시빌더 대표는 2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엔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지구상의 약 20억 명 인구가 안전한 식수 및 생활용수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다양한 보고서에 의하면 이런 현상은 기후위기와 맞물려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사회공헌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등에서 20여 년간 사회공헌활동(CSR)을 하며 생명과 직결된 문제 해결에 앞장서 온 김 대표. 그는 더 직접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 지난해 8월 소셜 스타트업 위시빌더를 창업했다. 자살예방, 희귀질환, 청소년 멘탈헬스 등의 분야에서 여러 성과를 이룬 그가 이제는 ‘깨끗한 물’을 통해 지구적 인도주의 실천에 나선 것이다.
위시빌더는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중 6번째인 ‘깨끗한 물과 위생’을 실현하기 위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오염된 수자원을 정화해 생명수를 만드는 수처리제 ‘퓨어위시’와 대량 정수가 가능한 소형 정수 시스템 ‘위시웰’을 연구개발해 생산·유통하고 있다”며 “국제구호 시 해외 제품에 의존하던 정수제를 국산화해 식수 부족을 겪고 있는 저개발 국가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제품들은 인도네시아·캄보디아·베트남·부룬디·베네수엘라 등 여러 국가에 공급됐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기술이전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일부 지역은 무료로, 일부 지역은 모금과 후원을 통해 공급됐다”며 “물은 공공재여야 하기 때문에 상업화를 차단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제품을 단순히 저개발 국가에 공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 지역의 사람들이 깨끗한 물을 계속 마실 수 있도록 지속 가능성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김 대표는 “우리 제품은 비정부기구(NGO)를 통해 무상으로 공급하는데 이런 방식은 지속적인 후원이 요구돼 언젠가는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면서 “이에 제품 공급이 중단되지 않게 하기 위해 지속적인 사용이 요구되는 지역에는 과감한 기술이전도 계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지 주민의 경제적 자립과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퓨어위시는 불순물 응집과 동시에 세균·바이러스 살균 기능을 융합한 제품이다. 1포로 20ℓ의 오염수를 정화해 500㎖ 생수병 40개를 대체할 수 있다. 탄소 배출량을 99.8%까지 절감할 수 있어 그는 이 같은 효과를 기반으로 기후테크 기업으로의 도약도 구상 중이다.
김 대표는 현재 국내 재난구호 물품 등록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도 도서산간 지역은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특히 올해 초 발생한 대형 산불 같은 재난 상황 등 긴급을 요하는 상황에서 생수와 생활용수 공급은 절대적”이라며 “먹는 물은 생수로 대체할 수 있지만 빨래 등에 필요한 생활용수는 생수로 대체할 수 없어 우리 제품은 이런 상황에서 적합한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위시빌더의 제품은 모두 장애인 표준사업장에서 제조된다. 성인 중증 발달장애인들이 주축이 돼 제품 생산에 참여하며 이 같은 생산 경험은 향후 자립 모델 구축에도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김 대표는 기대한다.
그는 “단순히 정수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세대를 아우르고 함께 일할 기회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위시빌더의 철학”이라며 “나는 이 사업으로 돈을 벌고 싶은 게 아니라 전 세계 물 부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고 기후위기 대응에 기여하는 포용기업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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