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엿새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 정부가 고위급 당국자와 안보 관계자들에게 이동통신망에 연결된 IT 기기 사용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이란 국영 파르스 통신은 “이스라엘의 사이버전 가능성을 고려해 정보통신기기 사용을 자제하라는 지시가 하달됐다”고 전했다.
이란 국영 TV는 일반 국민들에게도 보안 우려를 이유로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을 휴대전화에서 삭제할 것을 권고했다. 이스라엘로 민감한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전쟁연구학부의 루카시 올레네이크 선임연구원은 “이 같은 조치는 적국이 핵심 인사를 추적하거나 통신 내용을 가로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 13일 이스라엘은 F-35 전투기를 동원해 이란 내 군사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을 감행했다. 이 과정에서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과 호세인 살라미 IRGC 총사령관 등 군부 수뇌부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핵 프로젝트에 관여한 과학자 다수도 피살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이 속수무책으로 타격을 입은 배경에는 이스라엘 대외정보기관 모사드에 의해 군 수뇌부의 거처 등 주요 정보가 사전에 유출된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은 고도의 도·감청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이스라엘 보안업체 NSO 그룹이 개발한 휴대전화 감청 스파이웨어 ‘페가수스’는 전 세계에서 민간인 불법 사찰에 사용돼 국제적인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한편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양국 간 충돌이 사이버 공간으로도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매체는 이란이 “이스라엘 방공호를 겨냥한 테러가 발생할 것”이라는 내용의 허위 문자 메시지를 대량 유포해 사회적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
같은 날 친이스라엘 성향 해커 조직은 이란의 국영은행인 세파흐 은행을 해킹해 모든 데이터를 삭제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해당 주장에 대한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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