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디지털 위안화 운용 확대와 위안화 선물 거래 등 금융 분야 개방 정책을 발표했다. 중국 금융시장을 개방하고 위안화의 국제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18일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에 따르면 판궁성 인민은행장은 이날 상하이에서 열린 연례 ‘루자주이 금융포럼’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금융 개방을 위한 8가지 정책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판 행장이 밝힌 내용은 ▲은행 간 시장 거래 보고 데이터베이스 구축 ▲디지털 위안화 글로벌 운영센터 설립 ▲개인 신용 조사 기관 설립 ▲무역 금융 서비스 종합 개혁 시범 사업 ▲자유 무역 계좌 기능 최적화와 업그레이드 ▲구조적 통화 정책 도구 혁신 시범 도입 ▲증권감독관리위원회와 공동으로 위안화 외환 선물 거래 연구 등이다. 이들 조치는 일단 상하이에서 시작된다.
판 행장은 “디지털 위안화 국제운영센터를 설립하고, 디지털 위안화의 국제화된 운영과 금융시장 업무 발전을 추진할 것”며 “개인 신용정보 기관을 만들어 금융기관에 다원화·차별화된 개인 신용정보를 제공하고 사회 신용정보 시스템을 완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 행장은 국제 통화 시스템 개혁도 강조했다. 그는 “기축통화는 글로벌 공공재의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한 국가의 화폐가 이를 담당한다”며 “하지만 기축통화 국가에 금융 위기가 발생하면 리스크가 전 세계로 확대되고, 지정학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기축통화가 무기화된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적으로 통화 시스템 개혁에 대한 논의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현재 새로운 논의는 주로 지정학적 측면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기축통화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달러화를 견제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위안화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주요 무역국과의 거래에서 위안화 거래를 늘려가고 있다. 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지역에서 위안화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위안화의 거래 비중은 빠르게 증가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무역 결제에서 위안화 비중은 7%를 기록했다. 이는 유로화(6%)를 넘어선 규모다. 달러화(81%)의 비중이 압도적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 한 이후 달러화의 위상이 떨어지는 상황에 올 들어 위안화는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엿보이고 있다.
판 행장은 증권감독관리위원회와 함께 위안화 외환 선물 거래를 연구·추진해 외환시장 상품 질서를 개선하고, 금융기관과 무역 기업의 환율 리스크를 관리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아울러 해외 진출 기업과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국가·지역 우량 기업에 대한 융자 채널을 확대하고, 무역 기업 지원 방침 등도 언급했다.
루자주이 포럼은 매년 상하이에서 열리는 중국 최대 경제 금융 포럼으로 인민은행을 비롯해 금융감독총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국가외환국 등 중국 금융 당국 수장들이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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