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경기 고양시 일산농협 김진의 조합장이 돌연 사퇴하면서 다음 달 4일 조합장 선출을 위한 보궐선거가 실시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김 전 조합장의 아내가 예비 후보로 등록하면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김 전 조합장이 자신의 지지세를 등에 업고 가족을 출마시켜 권력을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가 커진다.
18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23년 3월 치러진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에서 88%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3선에 성공했다. 김 전 조합장은 당선 직후 다른 지역 농협에서 근무하던 아들을 일산농협으로 일방 전입시켰고, 3년간 총 4번의 표창과 3번의 포상금을 지급해 직원들의 반발을 샀다.
게다가 지인의 땅을 고가에 매수한 데 이어 100억 원대 공사를 특정 업체에 밀어줬다는 의혹도 제기됐으나 인사권과 예산권을 쥔 조합장의 권력 앞에 유야무야 돼 왔다.(본보 5월 7일자 보도)
하지만 해당 농협에서 임원을 지낸 B 씨가 김 전 조합장의 요구로 5년 여 재임 기간 월급의 10% 가량인 8000만 원을 수 차례에 걸쳐 건넸다면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B 씨는 김 전 조합장에게 돈을 건네기 전 현금과 전표 사진을 비롯해 돈을 건네는 과정이 담긴 녹취록까지 증거 자료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조합장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증거확보에 나서는 한편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이어왔다. 이달 2일에는 김 전 조합장에 대한 소환조사까지 이뤄지면서 수사에 박차를 가하며 압박했다.
그러자 김 전 조합장은 5일 오후 돌연 사퇴를 발표하면서 최승춘 선임이사의 직무대행 체재로 전환됐고, 30일 이내에 보궐선거도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일산농협 관계자는 “사퇴사유에 대한 문의가 많지만 개인적인 사유로 사직한 것 이상 어떠한 답변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전 조합장의 부인 박 모씨가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부 직원들뿐 아니라 조합원들도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금요일 오후 업무가 종료 되기 직전에 갑작스러운 사퇴 선언을 한 것도 놀라웠지만 부인이 후보 등록한 사실을 보고 경악했다”며 “법적 처벌을 받기 전 88%를 얻은 자신의 지지세를 바탕으로 재선거를 치러 일산농협을 장악하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종 의혹들이 쏟아 져도 막강한 조합장의 권력을 앞세워 무마시킨 데다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하고도 반성은커녕 또 다시 일산농협을 사유화 하려는 걸 막을 수 있도록 조합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김 전 조합장은 수 차례에 걸친 취재진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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