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부도 건설사를 대신해 갚은 돈을 회수하기 위해 진땀을 빼고 있는 가운데 대구의 대표적 ‘유령 건물’이 공매 시장에서 가까스로 새 주인을 찾았다. HUG가 올해 공매에 부친 보증사고 사업장 중 첫 번째 낙찰이다. 하지만 지역 건설 경기가 회복될 기미가 없어 HUG의 보증사고 사업장이 단기간에 또 팔릴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된다.
17일 개발 업계에 따르면 SM그룹 관계사이자 비주거용 건물 시행사인 ㈜나진은 지난달 30일 HUG의 공매에서 대구 북구 복현동 ‘골든프라자’ 건물·토지를 142억 9130만 원에 낙찰받았다. 이 사업장은 1989년 착공했지만 아직 미완공 상태다. 보증을 섰던 HUG가 2020년 건물과 토지를 공매에 부친 지 약 6년 만에 낙찰에 성공했다.
이번 낙찰은 HUG가 공매에 넘긴 ‘기업 보증사고’ 사업장 중 올해 처음으로 매각된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HUG의 보증보험에 가입한 시공사가 경영 악화로 공사를 마치지 못하는 보증사고가 발생하면 HUG는 다른 시공사를 찾거나 수분양자들에게 계약금·중도금을 돌려준 뒤 사업장을 매각해 자금을 회수한다. HUG가 올해 공매에 부친 보증사고 사업장은 총 12곳이지만 대구 골든프라자를 제외하고 모두 유찰됐다.
대구 골든프라자 역시 올해에만 11차례 유찰된 끝에 최초 감정가(276억 6218만 원)의 51%에 불과한 금액에 낙찰자를 찾았다. 입찰한 ㈜나진은 우오현 SM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유력한 승계 후보로 꼽히는 우기원 SM하이플러스 대표가 2021년에 세운 개인 회사다. 그동안 광주, 서울 구로구 등의 부지를 사들였으며 이번 사업장은 기존 매입 부지보다 규모가 훨씬 커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SM그룹 측 관계자는 “매물의 중장기적 가치를 보고 투자한 것”이라며 “개발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세우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진과 HUG는 조만간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HUG의 보증사고 사업장 중 올해 첫 낙찰 사례가 나왔지만 무더기 유찰의 흐름에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개발 업계의 한 관계자는 “HUG의 공매 사업장은 지방에 몰려 있는데 요즘 지역 건설사들은 기존 사업을 완료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공매까지 관심을 갖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부터 본격화한 보증 사고의 영향으로 HUG가 현재 매각해야 하는 사업장은 17곳에 달한다. 지역 중소 건설사가 줄줄이 무너지고 있어 이 숫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보증사고 사업장 처리가 지체될수록 HUG의 재무 불안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HUG는 전세 사기와 지역 건설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2022년 적자 전환한 뒤 지난해에도 2조 5198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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