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민생회복지원금’을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전 국민에게 25만 원을 똑같이 나눠주는 대신 모든 국민에게 주는 금액을 15만 원으로 낮추고 취약계층에게 최대 50만 원을 주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전 국민 대상으로 ‘보편 지급’을 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을 지키면서 포퓰리즘 논란과 재정 악화 우려를 덜기 위한 타협안인 셈이다. 구체적으로 기초생활수급자는 40만 원, 차상위계층·한부모가족 30만 원, 나머지 국민들에게 15만 원을 1차 지급하고, 추후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들에게 10만 원을 2차로 지급하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확정된 민생지원금 지급안을 담은 20조 원대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안을 이달 19일 국무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에 중동발(發) 에너지 수급 불안까지 겹쳐 국민들의 고통과 불안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벼랑 끝에 선 취약계층에게 사회 안전망을 제공하고 경제가 돌아가게 하려면 재정을 일부 투입해 급한 불을 끄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소요 재정이 많은데 경기 진작 효과는 제한적인 ‘보편 지급’에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나마 선별 지원으로 방향을 튼 것은 다행스럽지만 국가 재정이 악화하는 가운데 고소득층까지 현금성 지원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정부는 또 빚의 늪에 빠진 소상공인의 채무 탕감을 위해 추경을 활용한 배드뱅크 설립도 추진 중이다. 국민 혈세로 빚을 대신 갚아주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채무 탕감이 되풀이되면 자영업 구조 개선을 지연시킬 뿐 아니라 ‘빚 갚는 사람만 바보’라는 식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
재정 효과를 극대화해 복합 위기의 파고를 막아내려면 취약계층 핀셋 지원과 성장 동력 점화에 초점을 맞춘 추경안을 편성해야 한다.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육성과 신기술 개발, 고급 인재 양성으로 경제를 회복시켜 일자리를 창출하고 취약계층의 자립을 도와야 한다. 그래야 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강조한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은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릴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