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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대선 민심은 협치 명령…李대통령, 독단 피하고 정치 복원해야”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

경제·통합 최우선 과제, 진영 넘어 적재적소 인사해야

형소법 개정 자제, 대법관 증원 대신 파견판사 활용을

공소청 위헌 소지, 검찰 안정화하고 특검 예외적 가동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 위해 규제 적극 풀어줘야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이 16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민심에 따라 독단을 피하고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6·3 대선에서 승리해 새 정부를 출범시키자마자 산적한 경제·안보 난제들에 직면했다. 이 대통령은 좌우 이념에 매몰되지 않는 실용주의로 국가의 복합 위기를 극복하려 하지만 계엄·탄핵 사태로 심화된 정치 불안, 국론 분열을 해소하지 못하면 해결 동력을 얻기 어렵다. 대표적인 원로 헌법학자인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은 16일 자신이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자녀안심국민재단의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이번 대선 결과로 드러난 민심은 협치하라는 국민의 명령이었다”며 “이 대통령은 전임 정부와 같은 독단적 국정 운영 방식을 피하고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등을 확립하기 위해 여권이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된 형사소송법·공직선거법 등을 무리하게 개정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거대 여당의 국회 강행 처리로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해병 특검)이 가동되는 것과 관련해 “지금 우리 국민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경제문제 해결과 국정 안정”이라며 “특검을 백 번 해본들 경제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내치가 불안하면 민심을 얻는 데는 별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권 교체를 낳은 6·3 조기 대선의 의미와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으로 제6공화국을 탄생시킨 ‘87체제’가 종언을 맞이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두 번이나 파면됐으면 87체제를 끝낼 때가 됐다.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에서 비상계엄으로 탄핵당한 정권의 연장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득표 수를 합치면 당선된 이 대통령보다 많다. 정권을 교체해도 건전한 야당은 필요하다는 민심이 작용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한 것을 실천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이었던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승리해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 의석을 확보했다. ‘대통령이 야당과도 잘 지내며 통합의 정치를 펴라’는 민심 덕분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이런 민심을 따르지 못해 국정 실패를 초래했다. 이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면 윤 전 대통령과 같은 독단에 빠져서는 안 된다.

-이 대통령이 재임 중 가장 역점을 둬야 할 국정 과제는 무엇인가.

△경제 살리기와 국민 화합이다. 우리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 달러를 넘어섰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일본보다도 높다. 그러나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 서울 강남권에서조차 1층 상가 건물에 빈 가게들이 즐비하다. 공단 관계자들은 “공장들이 (경영난으로) 무인지경”이라고 한다. 이러니 과거 고도 성장기에 대해 향수를 갖는 국민들이 많다. 1인당 GDP 3만~4만 달러 수준의 국가가 과거처럼 고도성장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경제 성장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높다는 점을 새 정부가 유념하고 정책을 펴야 한다.

-이 대통령이 국정을 안정시키고 경제·안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켜야 할 정부 인사 원칙을 꼽는다면.

△적재적소 인사 원칙을 대통령이 유념했으면 좋겠다. 어떤 자리든지 그 자리에 앉고 싶은 사람들이 집요하게 아부할 것이다. 그런 사람은 중용하면 안 된다. 친소 관계를 떠나 그 자리에서 유능하게 일할 수 있고, 도덕성을 갖춘 인물을 뽑아야 한다. 현 정부가 장차관 후보 등을 고를 때 ‘국민추천제’ 방식을 적용한다는데 어차피 국가적으로 중요 업무를 맡을 수 있는 커리어를 갖춘 인재 풀은 수백 명 정도다. 그 중 충분한 검증을 거쳐 적재적소 인선을 해야 한다. 여권 등에서는 문민 출신 국방부 장관, 비법조인 출신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금은 나라가 워낙 어수선하고 불안정하다. 우선 내치를 안정시키고 국가 안보를 튼튼히 하는 게 시급하다. 그런 차원에서 비(非)군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나 비법조인 출신 법무부 장관 인선은 국정을 안정시킨 후 2기 내각 때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

-계엄·탄핵 사태와 조기 대선을 거치는 과정에서 삼권분립 원칙을 비롯한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등의 헌법가치가 심각하게 흔들렸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1948년 정부 수립 이래 자유민주주의를 확립하기 위한 정치적 전통과 관행이 쌓여왔다. 정부와 여야는 이를 존중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국회 주요 상임위원장 배분에 있어서 운영위원장은 여당에서 맡고,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맡는 게 의회 관행으로 정립돼 왔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 여당이 압도적 다수당이었는데도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줬다. 이제 민주당이 여당이다.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주는 게 관행에 부합한다.

-삼권분립을 위해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가진 여당이 독주를 자제하는 게 필요할 것 같은데.

△여당이 최근 대통령에 당선된 피고인의 형사재판 절차를 대통령 재직 기간 중 정지시키는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쟁점이 남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늦추며 속도를 조절 중이다. 하지만 여당은 여러 논란을 사고 있는 ‘내란·김건희·채해병 특검법안’을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이들 3대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가 무려 120명이다. 우리나라 검사 수는 총 2000명 정도인데 거기서 2개 지방검찰청과 맞먹는 규모의 검사 120명을 특검으로 빼면 다른 수사의 인력 공백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특검을 꼭 하겠다면 남용하지 말고 필요한 사안에 대해 적정 규모로만 하는 게 바람직하다.



-여권으로서는 특검 등으로 사정 정국을 이어가는 게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특검 정국을 오래 끌면 정치 보복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 국민은 지난 6개월간 계엄·탄핵으로 시달렸고, 먹고살기도 힘든데 정치권이 맨날 싸우는 모습을 더 보고 싶겠는가.

-여당이 현재 14명인 대법관 정원을 30명으로 증원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법관 증원은 상고심 적체 해소 등의 명분으로 추진되고 있다. 재판 지연 문제가 해소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대법관 증원 없이도 문제를 풀 수 있다. 대법원은 현재 대법관 14명 중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12명을 4명씩 나눠 3개 재판부를 구성하고 있다. 이 방식을 고쳐 대법관 12명에게 각각 재판장을 맡기면 재판부를 12개까지 늘릴 수 있다. 12개 재판부의 배석 판사는 대법관이 아닌 법조 경력 20년 이상 대법원 파견 판사로 구성하면 된다. 법조 경력 20년 이상이면 부장판사 내지 법원장 급이다.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여당이 대통령 재판 중지를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허위사실공표죄 구성 요건 중 ‘행위’를 삭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추진해 사법 불신 우려를 키우고 있다.

△우리 헌법의 이념적·법적 기초는 국민주권주의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에게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았으니 재임 중이라도 법원에 나오라’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이 형사소송법·공직선거법 등을 고쳐 이 대통령 재판 문제를 어떻게 해보려는 것도 적절치 않다. 이것은 ‘대통령의 형사상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84조의 문제다. 헌법의 하위 규범인 법률을 고쳐 헌법적 이슈를 푸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최근 이 대통령 재판에 대해 헌법 84조를 들어 재판을 연기하는 법원 결정도 나왔으므로 여당은 자중할 필요가 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추진했던 여당이 이제는 검찰청 폐지와 검사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법안을 발의한 것 등을 놓고 검찰의 독립성·공정성 훼손 논란이 적지 않다.

△검찰이 우리처럼 수사권·기소권을 다 갖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과거에는 모든 사건의 수사권을 검찰에 줬으니 문제가 됐다. 다만 검경 수사권 조정을 거치면서 검찰의 수사권은 6대 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 사업, 대형 참사)로 조정됐다가 다시 2개(부패·경제)로 축소됐다. 이제 검찰 제도를 잘 운영하는 안정화 작업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여권은 검찰청을 폐지해 공소청을 신설하겠다고 한다. 또 총리실에 국가수사위원회를, 행정안전부에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려고 한다. 권력분립과 법치주의 측면에서 위헌 논란 소지가 있다. 검찰 이외에 예외적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나 특검 같은 제도를 둔 나라는 각각 영국, 미국을 제외하면 주요국 중에서 거의 찾기 어렵다.

-이 대통령이 분배뿐 아니라 성장을 강조하며 실용주의를 표명했다. 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는 상법 개정 등은 자제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이제는 기업 규제는 국내 문제를 넘어 글로벌 경쟁력의 문제다. 국가적으로 규제를 풀어 기업을 잘 경영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대기업들도 인식 전환을 해야 한다. 과거 고도 성장기에 대기업들은 정부 혜택을 받았다. 이제 와서 잘된 것은 자기가 잘한 덕분이고 못된 것은 정부 탓이라고 하는 식으로 비치면 국민 정서에 어긋난다. 대기업들도 그런 점을 유념해 신중히 행동해야 한다.

◆He is…

1950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법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이어 프랑스 파리2대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법대 교수와 법대 학장, 서울대 총장을 역임했다. 총장 퇴임 후 비영리공익법인 자녀안심국민재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경찰위원회 위원장, 대검 진상규명위원장,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대법원 법관인사위원, 동아시아연구중심대학협의회 의장 등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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