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새 원내 사령탑에 3선의 송언석(경북 김천) 의원이 이달 16일 선출됐다. 송 신임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을 겨누는 ‘3대 특검법(내란·김건희·채해병특검법)’에 맞서 단일 대오로 대여 투쟁을 이끄는 한편 대선 패배 후 지리멸렬한 보수 정당 재건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송 원내대표는 전날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을 위해 열린 의원총회에서 과반인 60표를 얻었다. 함께 경쟁한 4선 이헌승 의원은 16표, 3선 김성원 의원은 30표를 받았다. 송 원내대표는 당선 소감에서 “미래만 보고 국민만 보고 국가가 가는 길이 뭔지 늘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를 겨냥해 “굉장히 문제가 많다고 나오고 있다”면서 “국민에게 소상히 (의혹들을) 밝히는 게 선순위 도리이고, 김 후보자를 지명한 이재명 대통령도 지명 철회를 미리 고민해두는 게 좋지 않겠나 한다”며 대여 강공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송언석 원내지도부는 적응기를 가질 새 없이 첫걸음부터 험난한 과제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7월 초부터 사상 초유 ‘매머드 특검’이 가동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는 물론 국민의힘 소속 의원 다수도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만큼 송 원내대표는 방어 논리를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할 상황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특검’을 토대로 위헌 정당 해산 심판 청구의 명분을 만들려는 태세다. 국민의힘으로서는 당의 생사가 달린 문제인 셈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원 구성 협상도 송 원내대표가 당면한 시험대다. 정권 교체로 입법·행정권을 양손에 쥔 민주당은 어떤 장애물도 없이 법안 처리가 가능해졌다. 국민의힘은 관례에 따라 법사위원장은 야당 몫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여당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마땅한 강제 수단이 없는 송 원내대표로서는 정부·여당의 입법 독주를 부각할 여론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원내 1당이 국회의장을, 원내 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것이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 견제·균형 측면에서 오랜 관행”이라며 “논의해 조정할 수 있도록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모습은 새 집권 여당으로도 국민을 위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와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당내로 눈길을 돌려보면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띄운 ‘5대 개혁안’과 그의 거취를 어떻게 대응할지가 송 원내대표에게 주어진 난제다. 앞서 송 원내대표는 김 비대위원장이 제안한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 후보 교체 파동 당무 감사’에 대해서는 옛 친윤(친윤석열)계와 마찬가지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다만 전날 정견 발표에서는 “김 비대위원장의 제안을 포함해 변화와 쇄신의 취지에 깊이 공감한다”며 당 혁신위원회 구성을 제안, 일부 개혁안 수용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 비대위원장은 전날 “새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 의결을 통해서 5대 개혁안에 대해 당원 여론조사를 실시해준다면 결과와 상관없이 사퇴하겠다”고 강수를 뒀다. 이에 송 원내대표는 “좋은 방안”이라면서도 “당원 투표로 진행되면 발생할 수 있는 분열이나 갈등 등 문제가 없는지 짚어보겠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시기를 두고는 “조기에 하자는 의원들의 견해가 많아 조속히 정리해 특별한 반대가 없으면 조기 전당대회를 하도록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경북 김천 출신인 송 원내대표는 경북고, 서울 법대를 나와 제29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이다. 박근혜 정부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실장과 제2차관을 지냈고 2018년 재보궐선거에서 고향인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소속으로 김천에서 당선돼 내리 3선을 했다. 21대 국회 원내수석부대표, 22대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을 역임했다. 영남권 의원으로 옛 친윤계 등 당내 주류와도 두터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비교적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를 받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