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에 던진 첫 질문은 의정 갈등도, 노인 복지도 아닌 ‘자살률’이었다. 이달 5일 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조규홍 복지부 장관에게 자살률이 높은 원인과 대책 등을 질의했다. 이는 현장에서 자살을 막기 위해 매일매일 고군분투하는 경찰관들이 복지부에 제일 묻고 싶은 질문이기도 했다.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살률은 2023년 잠정치 기준 인구 10만 명당 28.3명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0.7명의 2.6배에 달하며 불명예스럽게도 20년간 OECD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21년 복지부는 올해까지 자살 사망률을 21.5명까지 낮추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뤄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자살 시도 현장을 직접 마주하는 것은 복지부 공무원이 아닌 경찰이다. 현장에서는 전문 기관도 아닌 경찰에게 자살 업무가 몰리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일례로 지난달에만 서울 강남구의 일명 ‘투신 명소’라고 불리는 일부 고층 건물에서 최소 3명의 시민이 투신을 시도하자 경찰이 출동해 이들을 구조했다.
비전문가인 경찰이 투신 시도자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동안 자살 예방 주무부처인 복지부나 그 산하에 있는 각종 자살예방센터·재단 등에 속해 있는 전문가들은 현장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전문적인 설득과 인계·상담이 연쇄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경찰이 신고 접수, 출동, 설득, 구조, 보호, 인계 등 모든 단계를 소화했다. 예방 활동도 이뤄지지 않아 보다 못한 경찰이 직접 나서 옥상자동개폐장치, 노후안전펜스 보강 등의 조처를 했을 정도다.
관계 기관들이 사후 관리조차 손을 놓고 있는 동안 자살을 이미 시도했던 기시도자들과 관련한 신고가 경찰에 반복해 접수되고 있다. 자살 신고 수요가 많은 일선 경찰서 소속 경찰관은 “800건의 자살 시도 신고가 접수되면 그중 300건은 이전에 시도한 경험이 있는 고위험군과 관련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재명 정부가 자살 예방 정책 새 판 짜기에 나선 것과 관련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예방 및 현장 활동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자살예방센터 소속 상담 전문가의 현장 출동과 적극적인 예방 활동, 그리고 기 시도자들에 대한 철저한 사후 관리를 주무 부처에서 맡아줬으면 한다”며 “시도자를 구조한 뒤 보호할 장소가 지구대 혹은 파출소밖에 없기 때문에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상담할 수 있는 별도의 장소 또한 정부가 나서서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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