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사기 범죄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예방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국내에서는 사기 범죄 컨트롤타워가 부재해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범국가적 차원에서 통합사기방지센터를 설립해 사기 예방 정책을 펼치고 있는 영국이나 싱가포르 등 선진국의 사례를 도입해 우리나라도 기관별로 흩어져 있는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사기방지 분야 권위자인 서준배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10일 “최근 세계 각 국가들이 설치하고 있는 통합사기방지센터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모든 사기에 이용되는 대포통장·중계기 등 도구들을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예방 차원의 역할을 맡고 있다”며 “실제 싱가포르의 경우 2019년 센터 구축 이후 전체 피해 금액이 감소했으며 2022년 기준 사기 의심 문자메시지 740만 건을 확인해 사기 의심 전화번호 4만 7000개를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현재 경찰청이 통합대응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한계점이 뚜렷하다. 우선 명시된 신고 대상이 보이스피싱이나 발신번호 거짓표시 신고, 스미싱 등 피싱류로 국한돼 있다. 현재 창궐하고 있는 리딩방을 포함한 투자 사기나 로맨스스캠 등 신종 사기는 신고 대상이 아니다. 우리나라 전기통신금융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법률 특별법 제2조는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제외한다’고 명시하는데 해당 조항으로 인해 투자 사기가 신고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사기 예방의 주도권을 쥐고 각 국가기관을 지휘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경찰이 주요 사기 관련 사건을 담당하고 있지만 검찰 또한 별도로 대응하고 있으며 금융감독원도 보이스피싱지킴이라는 신고센터를 따로 두고 있다. 외국의 사기통합센터의 경우 경찰과 금융 당국 등 국가기관과 은행이나 통신사 등 민간기업이 합작으로 참여한다. 일례로 싱가포르는 금융회사 직원들을 센터에 상주시켜 경찰관들과의 협업을 통해 사기 이용 계좌에 대한 신속한 동결 조치가 가능하게 했다.
서 교수는 민관 합작 사기통합센터 구축을 위해서는 다중사기피해방지법이 하루 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중사기피해방지법은 법적 규제에서 배제된 신종 사기 범죄를 대상에 포함시키고 정보통신망법 규제로 인해 불가한 사기 조직에 대한 정보 수집 등을 가능하게 하는 법안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