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생물이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오늘의 스타가 내일의 이름 모를 후보가 될 수도 있는 게 정치의 세계. 선거를 앞두면 이 생물의 움직임이 더욱 극적으로 변하는데, 요즘 대한민국 생태수도로 명성을 떨치며 소멸 위기 속 지방도시가 나아가야 할 혁신·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전남 순천에서 정치 이야깃거리가 하나 떠오르고 있다.
시간은 지난 6일로 거슬러 올라 간다.
약 1만 5000개의 LED 캔들 위로, 피아노 5중주 팀 ‘앙상블 톤즈’의 섬세한 연주가 순천만국가정원에 울려 퍼진 이날.
촛불은 평화·화합·통합의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 대표 후보 출마가 유력한 정청래 국회의원(법사위원장·서울 마포을)이 등장했다.
예고 없는 정 의원의 등장에 의아하고 놀라움을 표시한 순천시민들은 박수와 환호로 그를 반겼다.
은은하게 켜진 촛불들 사이 정 의원을 안내하는 의문(?)의 또 다른 한 명의 남자.
순천시민들은 자연스럽게 그를 보며 환한 웃음으로 반겼지만, 정치밥을 먹고 있는 인물들은 색안경(?)을 끼고 오묘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민선 8기 들어 순천에 혁신을 불어 넣으며 놀라운 발전을 이끌고 있는 노관규 순천시장이 정 의원의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포착됐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기간 '골목골목 선대위 광주·전남위원장'을 맡아 종횡무진 활약했던 정 의원의 이날 순천 방문은 전날 나주를 시작으로 3박 4일간 전남을 돌며 진행하는 이재명 대통령 당선 감사 인사 투어의 일환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정치밥을 먹고 있는 일부 인물들의 셈법과 시선은 복잡했다.
거대 여당을 이끌어갈 당 대표 후보자와 무소속 시장과의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인 만남(?).
자연스럽게 여러 정치적 목소리는 흘러나왔다.
앞서 언급한 듯 정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 이후 민주당을 이끌어갈 강력한 당 대표 후보 중 한 명이다. 이 대통령이 여야는 물론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국민통합’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듯, 그의 행보도 ‘통합’에 방점을 찍은 듯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상 민주당 일당 체제인 전남에서 특히 순천의 경우 민주당 성향이 강하지만, 보수 진영의 정치인을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노관규 시장은 현재 무소속 신분. 지역 내에서 그의 영향력과 조직력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0여 년 동안의 정치적 야인생활을 거쳐 민선 8기 순천시장으로 화려한 복귀 과정까지, 그의 정치적 철학과 혁신행정은 순천에 놀라운 기적을 가져다 줬다.
통합에 방점을 찍을 이보다 더 적합한 인물은 없다는 것이 정치적 시각이다.
순천의 경우 22개 시·군 중 유일하게(목포·신안 단체장 공석) 민주당 타이틀이 아닌 무소속 단체장인 만큼 통합 의미는 더욱 부각되고 있다.
특히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박지원 의원은 대선 과정부터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제2의 김대중” 이라는 호칭을 써가며 호남민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노관규 시장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발탁해 정치권에 입문한 인물인 만큼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평가다.
지역 정가에선 이러한 정치적 뒷말이 흘러 나오고 있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에 대해 현재 순천의 정치 상황은 통합과는 담을 쌓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인기 높은 무소속 시장 견제에 집중하는 이 동네 국회의원의 행위는 그동안 싸늘한 시선을 받았다.
사실상 순천이 민주당 사고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무엇보다 ‘친명’을 자처한 순천(갑)이 지역구인 민주당 국회의원은 계엄사태에 이어 탄핵정국, 대선국면에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행도 모자라 이에 따른 사죄문 대필 파문, 여성비하 등으로 민주당 국회의원 중 유일하게 ‘대선직책’을 반납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 인물(순천갑 국회의원)은 민주당 국회의원 중 유일한 것이 또 하나 있다. 탄핵정국 속 민주당 의원 중 나홀로 표결에 불참했다.
그의 이러한 행위에 애꿎은 순천시민들은 댓글부대에 조롱거리가 됐고, 오히려 무소속인 노관규 시장이 대선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전방위 노력을 펼쳤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통합’
서울경제는 노관규 순천시장과의 전화통화에서 정청래 의원과의 만남에 대해 물었지만 “정치적 의미는 없다”고 일축한 뒤 “평소 친분이 있는 정청래 의원 방문에 반가운 마음과 함께 순천(순천만국가정원)을 자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노 시장의 이 같은 정치적 일축에도 불구하고 내년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전남도지사 출마설, 징검다리 4선 순천시장 출마, 민주당 복당, 조국혁신당 입당, 무소속 출마 등 여러 정치적 추측들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 대표 후보로는 정청래 의원과 함께 박찬대 원내대표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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