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시한 당 개혁안을 두고 당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당 주류인 옛 친윤(친윤석열)계는 김 위원장이 내건 '후보 교체 파동 진상조사’ 등에 반대하며 지도부의 총사퇴를 압박하고 나섰고 김 위원장은 ‘전 당원 투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국민의힘은 9일 의원총회를 열고 새 지도부 구성 문제에 대한 난상 토론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전날 발표한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와 ‘대선 후보 교체 논란 진상조사’ 방침 등 당 쇄신 방안을 두고 친윤 의원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빗발쳤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강승규 의원은 김 위원장의 개혁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 등의 방식을 동원해서라도 당의 중지를 모아야 할 일이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비대위원장이 홀로 결론 낼 문제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일부 의원들은 “지도부가 당장 물러나야 한다” “비대위원장직을 지키려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김 위원장을 몰아세웠다.
앞선 선수별 모임에서도 주요 쟁점별로 의원들 간 입장이 팽팽히 엇갈렸다. 4선 이상 중진 회의를 마친 뒤 조경태·박덕흠 의원은 “정기국회 이전에 새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면서 김 위원장에게 힘을 실었다. 반면 윤상현 의원은 “탄핵 반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을 옹호하기 위한 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법치주의 체제에서 탄핵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탄핵 반대 당론 철회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당내 소장파로 꼽히는 김재섭 의원도 “당내 계파의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경선을 치르면 반목이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형 비대위를 거친 뒤 연말쯤 전대를 열자고 제안했다. 격론이 이어지자 김 위원장은 자신이 제안한 개혁안과 전대 개최에 대한 찬반을 묻는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하자고 밝혔다. 다만 대다수 의원들은 "차기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러한 당내 이견은 차기 당권과 맞물려 계파 간 신경전으로 확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조기 전대를 통해 당권 재확보를 노리는 친한(친한동훈)계는 김 위원장의 행보에 보조를 맞추려는 분위기다. 친한계인 우재준 의원은 “김 위원장이 (임기 만료일인) 이달 30일 이후 두 달을 더 관리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옛 친윤계는 16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후보를 내세워 향후 권한대행 체제로 당을 재정비하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이와 함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견제할 수단 중 하나로 현행 단일 지도 체제에서 집단 지도 체제로의 전환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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