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기습에 10조 원어치 규모의 전투기를 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대적인 보복 공습을 감행해 수십 명을 죽거나 다치게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휴전 요구를 일축하고 보복 의지를 다지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긴장이 다시금 고조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5일(현지 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체르니히우주 프릴루키를 드론 6대로 공격해 일가족 3명을 포함한 여러 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구조 대원 1명이 출동해 보니 샤헤드 드론이 자신의 집을 타격한 것을 알게 됐다”며 “그의 아내와 딸, 1살짜리 손자가 사망했는데 이는 전면전이 시작된 이후 잃은 632번째 어린이”라고 설명했다.
AFP·dpa 통신에 따르면 이날 비야체슬라우 차우스 체르니히우 주지사도 이들을 포함해 이 지역에서 최소 5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올레흐 시네후보우 하르키우 주지사도도 해당 지역의 고층 건물과 아파트가 러시아의 드론 공격을 받아 최소 18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는 살인을 계속할 시간을 벌려고 한다”며 “국제사회의 비판과 압박이 그렇게 강하지 않다고 느낄 때 또다시 사람을 죽인다”고 비난했다. 이어 “끔찍한 상황을 바꿀 수 있도록 미국과 유럽, 전 세계 모든 국가의 행동을 바란다”고 재차 호소했다.
러시아의 보복 공습 가능성은 하루 전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암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최근 공군 기지 공격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매우 강력하게 말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1시간 15분간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좋은 대화였지만 즉각적인 평화로 이어질 대화는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통화에 앞서 이날 러시아 정부 회의에서도 우크라이나를 ‘테러 조직’으로 규정하면서 휴전 협상에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지난 1일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지역의 벨라야 기지를 비롯한 러시아 본토 공군 기지 4곳을 드론으로 타격해 70억 달러(약 9조 7000억 원)어치에 달하는 전략폭격기 40여 대를 타격했다. 서방 언론들은 이를 두고 1941년 12월 일본의 미국 진주만 공습에 빗대면서 전황을 뒤집을 충격적인 공격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보고서에서 전쟁 발발 이후 양국의 사상자가 총 140만 명에 육박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사상자만 95만 명에 달하며 이 중 전사(사망)자는 25만 명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우크라이나 사상자는 약 40만 명으로 이 가운데 사망자는 6만~10만 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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