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노골적으로 수사하고 나서자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면서 달러화와 미국 국채의 가치는 추락하고 안전자산인 금과 은 가격은 치솟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준의 독립성을 흔드는 이러한 시도가 1970년대 발생했던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재연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12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장중 한때 3% 이상 오른 트로이온스당 4600달러대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 3월 인도분 은 선물 가격도 장중 8% 치솟아 사상 최고치인 86달러에 육박했다. 국채금리는 일제히 상승했다. 글로벌 채권시장의 기준점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장중 4.2% 이상으로 솟구쳤다가 다시 떨어졌다. 달러인덱스도 98.86으로 내려 5거래일 만에 하락했다. 이처럼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은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독립성 침해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올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재정 적자 부담을 덜고 싶어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리수에 행정부와 여권 내에서도 반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이 11일 “파월 의장 수사가 상황을 엉망으로 만들었다”며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걱정했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또 이번 수사로 파월 의장이 5월 의장 임기가 끝난 뒤에 이사직을 바로 사임하지 않고 2028년 초까지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연방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인 톰 틸리스(공화·노스캐롤라이나) 의원이 성명을 내고 “이 문제가 완전히 정리될 때까지 의장을 포함한 연준에 대한 어떤 지명자의 인준도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직 연준 의장과 재무부 장관들을 포함한 13명의 저명 경제학자들도 12일 성명을 내고 “제도가 취약한 신흥시장에서 통화정책을 입안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성명에 동참한 재닛 옐런 전 재무부 장관은 “극도로 소름 끼친다”고 수사를 비판했다.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장들 역시 성명을 내고 파월 의장을 공개 지지하고 나섰다. 유럽연합(EU), 캐나다, 영국, 호주, 한국 등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장들은 유럽중앙은행(ECB)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파월 연준 의장에 전적인 연대의 뜻을 표한다"며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물가 안정, 금융 안정, 경제 안정의 초석"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공동 성명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해 영국·캐나다·호주 등 10개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참여했으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름을 올렸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가 1970년대 중반 발생한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재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당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아서 번스 전 연준 의장을 압박해 통화완화 정책을 추진했다가 석유 파동과 맞물려 10% 넘는 물가 상승을 유발했다. 베렌버그은행의 아타칸 바키스탄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가디언을 통해 “만약 연준이 심각한 인플레이션에도 통화 초(超)완화 정책을 추구한다면 1970년대 벌어졌던 최악의 위험 시나리오와 닮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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