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암으로 입을 다물지 못하면서도 7년 넘게 제주 바다를 헤엄치며 생존해온 남방큰돌고래 ‘턱이’가 죽은 채 발견됐다.
5일 제주대학교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 김병엽 교수와 다큐제주 오승목 감독에 따르면 지난 2일 제주 서귀포시 중문 주상절리 인근 해안에서 ‘턱이’의 사체가 발견됐다.
턱이는 사망 전날까지도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 앞바다에서 활발히 유영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당시 꼬리를 수면에 내리치는 행동도 포착됐는데 이는 돌고래들 사이의 의사소통 수단으로 알려져 있으며 죽음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턱이는 2019년 제주 해역에서 처음 발견됐다. 주둥이가 틀어진 채 입을 다물지 못하고 혀가 돌출된 기형적인 모습으로 목격돼 ‘턱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전문가들은 당시 상태를 바탕으로 구강암 등 악성 질환에 의해 턱이 변형된 것으로 추정했다.
오 감독 등의 추적 관찰 결과 턱이는 정상적인 사냥이 어려운 상태에서도 생존을 이어왔다. 서귀포시 서남부 해역 양어장 인근에서 비교적 잡기 쉬운 넙치를 주 먹이로 삼으며 생명을 이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몸집이 큰 사냥감은 절단이 어려워 섭취에 제한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나이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턱이는 약 7년간 제주 바다를 누비며 연구자와 시민들에게 장애를 극복한 생명의 상징으로 인식돼 왔다.
발견 당시 턱이의 길이는 약 2m 9cm였으며 사체는 비교적 양호한 상태였다. 일부 긁힌 흔적은 있었지만 부패는 심하지 않았다. 현재는 한림읍 웅포리에 위치한 한국수산자원공단 제주지역본부 냉동시설에 보관 중이며 빠르면 7월 중순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제주대학교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 측은 “현재로서는 구강암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인지 단정할 수 없다”며 “부검을 통해 질병 여부와 사인을 확인한 뒤 학술적으로 기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승목 감독은 “7년 전 처음 발견됐을 당시부터 구강암 증세를 앓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장애를 안고도 무리를 따라다니며 씩씩하게 헤엄치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회고했다. 이어 “턱이가 아름다운 제주 바다에서 편히 쉬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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