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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건축 가치 서로 존중한다면 시너지 날 것"

■교포 건축가 故 이타미 준의 딸

유이화 ITM건축사무소 대표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 강연서

아산 온양미술관·제주 방주교회 등

'한국의 멋' 담긴 선친 건축 소개

"정신적 유산 너무 많아 큰 행운

선친처럼 양국 건축교류에 관심"

유이화 ITM건축사무소 대표가 2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물과 바람, 돌과 시?이타미 준 건축을 통한 한일 문화의 공명’이라는 주제로 열린 강연회에 참석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1975년 일본 도쿄에 지어진 ‘먹의 집’은 구마 겐고를 비롯해 기라성 같은 일본 건축가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이탈리아산 대리석과 화려한 샹들리에가 난무했던 버블경제 시기의 일본 건축계에서 오로지 먹색 소재의 물성과 자연 조명을 내세운 건축물에는 시대를 뛰어넘는 미학이 담겨 있었다. 7년 후인 1982년 이번에는 한국 건축계가 충격에 빠졌다. 낯선 일본 건축가가 거북선을 모티브 삼아 지은 충남 아산시의 온양미술관(현 구정아트센터) 때문이었다. 두 건축물은 재일동포 건축가인 고(故) 이타미 준(한국명 유동룡)이 설계했다. 그는 평생 일본으로의 귀화를 거부하고 제주 포도호텔과 방주교회 등의 대표작을 통해 한국 건축의 정수를 탐구했다.

2011년 작고한 이타미 준의 딸 유이화(사진) ITM건축사무소 대표가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물과 바람, 돌과 시–이타미 준 건축을 통한 한일 문화의 공명’을 주제로 열린 강연회에서 한국 전통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노력했던 부친의 삶과 건축 철학을 소개했다. 이번 강연회는 외교부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기념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했다.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받아 건축가가 된 유 대표는 제주 유동룡미술관 관장과 이타미준건축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부친의 건축에 담긴 철학으로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겸손함’을 꼽았다. 이는 한국 건축 고유의 멋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유 대표는 “과시의 수단이자 구조의 미학을 드러내는 도구인 서양 건축과 다를 뿐만 아니라 자연을 건축 안으로 치밀하게 끌고 들어오는 일본 건축과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건축 철학은 2011년 그가 부친과 함께 지은 제주 포도호텔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포도호텔의 지붕은 거센 바람을 견뎌낼 수 있도록 지은 제주 초가집의 지붕처럼 낮고 둥글고 무겁다. 제주의 오름과도 닮은꼴이다. 근처의 바위를 가져다 로비 곳곳에 놓았고 주변 자연을 향해 뚫린 중정을 꾸며뒀다. ‘지역의 문화·역사를 배경으로 한 컨텍스트(맥락)를 현재로 이끌어내지 않으면 현대의 사실성을 획득할 수 없다. 시간의 두께가 없는 현재는 시제로만 머물 뿐 정착하기 어렵다’는 이타미 준의 메시지가 그대로 담겼다. 다만 유 대표는 “SK네트웍스가 포도호텔을 인수한 후 리노베이션 과정에서 부친의 철학이 많이 훼손됐다”고 아쉬워했다.

제주 방주교회 역시 이타미 준 건축의 정점으로 꼽힌다. 하늘로 튀어오르는 물고기의 비늘 같은 반짝임을 표현하기 위해 세 가지 회색의 아연 소재로 지붕을 만들고 천장 가까이 낸 창문으로 실내에 햇빛이 일렁이도록 했다. 유 대표는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버스를 타고 방주교회를 찾는 모습을 보면 이제 건축도 콘텐츠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감회를 밝혔다.

어린 시절부터 부친을 따라 현장을 누비며 통역사·비서 역할을 도맡았던 유 대표는 이화여대에서 실내환경디자인을, 미국 뉴욕 프랫인스티튜드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부친의 길을 따라 걷고 있다. ‘건축계 금수저’라는 평가에 대해 그는 “맞다”고 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 유 대표는 “물질적인 유산은 빚 외에 받지 못했으나 정신적인 유산을 너무나도 많이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존경하며 사사할 수 있었던 건축가가 바로 부친이라는 사실과 그 건축가의 철학을 고스란히 함께 구현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큰 행운이었다”고 덧붙였다.

이타미 준은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경계인’을 넘어 ‘국제적 인간’을 자처했다. 한국의 아름다움에 천착했지만 일본 미학의 영향도 작품에 녹아 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펼친 부친처럼 유 대표 역시 양국 건축계의 교류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는 “한국과 일본 건축이 각각의 가치와 장점을 좀 더 알고 존중한다면 굉장한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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