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음주운전 전력이 오래전에 발생한 비위 행위라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전과를 단순 누적 적용해 파면 처분을 내리는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이상덕)는 A씨가 서울특별시경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파면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3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경찰공무원 A씨는 2001년과 2012년 두 차례 음주운전을 하여 각각 견책과 강등 처분을 받았다. 2023년 8월에는 음주운전을 하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의 음주측정 요구에 불응해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법원으로부터 벌금 10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서울경찰청은 2023년 10월 경찰관으로서의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이유로 징계양정 기준 중 ‘2회 음주운전을 한 경우’ 또는 ‘3회 이상 음주운전을 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A씨에게 파면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는 징계권자의 재량권 일탈 및 남용을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와 같이 11년, 22년 전에 발생한 음주운전 전력은 그에 대한 책임이 상당 부분 희석되었을 뿐 아니라, 해당 전력이 공직 기강이나 공무원에 대한 국민적 신뢰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과거 음주운전 전력의 시간적 간격, 그에 따른 비난 가능성 및 책임의 희석 여부 등을 고려하지 않고 가장 강한 징계인 파면을 선택한 것은 적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 “파면처분은 공무원의 신분을 박탈하는 것을 넘어 경제적, 신분상 불이익을 초래하므로 예외적인 경우에만 이뤄져야 한다”며 “파면처분에 의해서만 징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A씨는 음주운전 과정에서 인적·물적 피해를 발생시키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는 파면처분 시까지 약 32년간 경찰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여러 차례 포상을 받는 등 비교적 성실히 근무해왔고, 이번 파면으로 인해 퇴직급여 및 퇴직수당이 감액되어 생활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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