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배우자인 김혜경 씨의 선거운동이 눈길을 끌고 있다. ‘조용한 내조’ 기치 속에 이 후보를 간접 지원하면서도 선한 영향을 미치는 조력자 이미지를 끌어올린다는 ‘하얀 그림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배우자 설난영 씨가 유세에 활발하게 동참하고 배우자 토론회를 제안하는 등 전면에 나설수록 ‘김건희 그림자’가 드리워져 극명한 대비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신속대응단은 23일 설 씨가 김 후보의 경기도지사 시절 도정에 개입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문제 삼아 비선 실세를 자임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응단은 “당부·조치·개선 등을 언급하며 대통령 놀이를 하던 김건희 여사가 떠오른다”며 “제2의 김건희는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설 씨는 최근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에 참여하며 김 후보와 같이 노동운동을 같이 했던 ‘정치적 동지’였다는 점을 앞세우고 있다.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여성본부 필승 결의대회’에 참여하는가 하면 부부 동반 선거운동을 마다하지 않고 배우자 토론회도 “필요하면 하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법인카드 사적 유용 혐의로 2심에서 유죄를 받은 김 씨가 배우자 토론회에도 나서지 못한다는 프레임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토론 제안과 설 씨의 적극적인 선거운동이 영부인의 활동에 거부감이 강한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대신 김 씨는 ‘남편이 못 가는 곳을 훑는다’는 마음으로 종교계 등을 찾아 표심 호소에 주력할 방침이다. 실제 김 씨는 지난달 중순부터 서울·부산·강원 등의 종교 단체를 두루 찾았고 공식 선거운동(12일)이 시작된 후인 13일과 15일에도 각각 명동성당과 불국사를 방문했다. 14일 광주를 방문한 데 이어 이틀 만인 16일 다시 호남을 찾아 노인 요양시설에서 배식 자원봉사를 했다. ‘오월어머니집’에서는 5·18 유족들과 면담했다. 24일에는 충청권을 방문할 예정으로 모두 비공식 일정이다. 이 후보와 함께하는 일정도 없이 투표도 각각 일정이 있는 지역에서 사전투표를 하기로 했다.
김 씨는 대선까지 남은 기간 현재와 같은 조용한 행보를 통해 하얀 그림자 전략을 이어갈 계획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선거 초반에는 김건희 여사의 각종 논란과 대비시킨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설 씨가 의외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전략이 극대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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