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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 넘나든 ‘실용외교’…‘전략적 유연성'구사[송종호의 국정쏙쏙]

<88>88분간 한일 정상회담

탄광 피해자 신원확인 DNA 감정

스캠 등 초국가범죄 공동대응 강화

IT 외 상호인정 기술자격 분야 확대

"관계 안정화에도 현안 성과 부족"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3일 일본 나라현 정상회담장에서 공동언론발표 후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13일 한일 정상회담을 열고 경제 분야의 포괄적 협력과 저출생·고령화, 지방 성장 등 양국 사회가 직면한 현안 해결, 역내 평화 문제에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특히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 피해자 신원 확인을 위한 실무 협의를 진행하기로 합의한 점이 눈길을 끕니다.

李대통령, 일본 정상과 과거사 첫 합의


이 대통령이 일본 정상과의 회담에서 과거사 문제를 공식 의제로 다루고 합의에 이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아픈 과거가 있지만 좋은 점은 발굴하고 나쁜 점은 관리하며 미래로 나아가자”고 밝혔습니다. 과거를 덮지도, 전면에 세우지도 않는 관리의 언어입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3일 일본 나라현 정상회담장에서 확대 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이번 회담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의 최대 걸림돌로 꼽혀온 일본 수산물 수입 문제나 과거사 전반에 대한 전향적 접근은 진전되지 않았습니다. 공동언론발표문을 봐도 특정 현안에서 돌파구를 마련했다기보다 정체된 문제를 점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방향성이 읽힙니다.

이번 정상회담은 일본 나라현에서 소인수 회담 20분, 확대 회담 68분 등 총 88분간 진행됐습니다. 양국 정상은 회담 직후 공동언론발표문을 통해 경제 협력의 범위를 교역 중심에서 경제안보, 과학기술, 국제 규범으로 확장하겠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습니다. 인공지능(AI), 지식재산 보호, 공급망 협력 등에서도 실무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한일 공통사회문제 해결 지속 협력


사회 분야에서도 협력 의제가 제시됐습니다. 양국은 지난해 출범한 ‘한일 공통 사회문제 협의체’를 통해 저출생·고령화와 지방 성장 문제에서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기로 했고, 스캠 범죄를 포함한 초국가 범죄 대응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연간 1200만 명에 달하는 인적 교류를 고려해 출입국 절차 간소화, 수학여행 활성화, 기술 자격 상호 인정 확대에도 뜻을 모았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일본 나라현 회담장 앞에서 영접 나온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엇보다 주목되는 대목은 조세이 탄광 문제입니다. 한국인과 일본인 183명이 수몰된 사고와 관련해 DNA 감정을 통한 신원 확인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과거사 문제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 “과거사 문제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한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을 이 대통령의 ‘전략적 유연성’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합니다.

일본은 물론 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현안의 수위를 낮추고 갈등을 관리하면서 협력의 틀을 유지·확대하려는 실용 외교 노선이라는 평가입니다. 역내 평화 문제나 중·일 갈등에서 한국의 역할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외교 지형의 안정을 우선한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李대통령, 실용외교…'전략적 유연성'구사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3일 일본 나라현 정상회담장에서 확대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한계 역시 분명합니다. 한일 관계가 일정 부분 안정 궤도에 오른 상황에서 보다 민감한 현안을 풀어낼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CPTPP 가입 문제처럼 경제적으로 중요한 사안에서 논의의 ‘시작’을 알리는 데 그쳤다는 평가도 피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성과보다 방향을 보여준 회담입니다. 과거를 관리하면서 미래를 향해 가겠다는 의지, 그리고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판단이 동시에 드러났습니다. 셔틀외교 복원이라는 틀 속에서 작은 합의를 쌓아가겠다는 접근이 언제 ‘가시적 성과’로 이어질지, 이제 공은 후속 실무 협의와 다음 정상회담으로 넘어간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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