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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문민화 ‘핵심 키워드’…美 vs 韓, 국방장관 차이점 ‘군령권’ 유무[이현호의 밀리터리!톡]

韓, 50명의 국방장관 중 육사 출신 52%

‘군령권’ 보장해 사실상 평시 작전권 행사

美, 문민 국방장관 임명을 법률로서 규정

민간 관료 행정 & 군 전문가 군령권 주도

지난 2011년 5월 1일 백악관 상황실.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이 구석에서 공군 준장이 지휘하는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인 ‘넵튠 시피어’ 진행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제공=미 백악관




지난 2011년 5월 2일(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 상황실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조 바이든 부통령, 로베트 게이츠 국방부 장관 등 미 행정부의 주요 안보관련 인사들이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인 넵튠 스피어의 과정을 위성중계로 지켜보고 있었다. 이 모습이 담긴 사진이 공개되면서 미국 대통령이 군통수권자로 세계 최강 미군을 어떻게 지하고 있는지 보여줘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사진을 보면 4성 장군 뿐만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조차 화면을 가장 잘 관찰 수 있는 자리를 실질적 명령을 내리는 공군 준장에게 양보했다. 상황실의 주요 장비를 조작하면서 필요시 현지 부대와 연락을 취하는 임무가 주어진 까닭으로 추정된다. 미 현지 언론들은 각자의 역할에 기초한 ‘평등한 대화’가 구현됐다고 평가했다.

이런 미국의 모습은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가장 주목받는 자리 중 하나는 차기 국방부 장관 임명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12·3 비상계엄 사태는 군 조직의 의사결정이 합리적 절차가 아닌 육군사관학교라는 특정 학연 위주로 구성된 사적 네트워크에 기반한 탓에 국가와 국민에 엄청난 위협이 됐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것도 신군부의 1980년 5·17 비상계엄 전국확대 조치 이후 44년 만에 두번 계엄령으로 육사 출신이 또다시 주도하면서 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라 더욱 그렇다.

1961년 5·16 군사정변과 1979년 12·12 군사반란 이후 1987년 6월 항쟁 등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문민 통제가 제도적으론 구현됐지만, 실질적으론 정착하진 못한 게 사실이다. 군사반란 이후 군 출신이 역대 국방부 장관을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 그 근거 중 하나다.

현역 군인은 국무위원인 국방부 장관을 맡을 수 없지만 전역하고 예비역이 되면 가능하다. 이 때문에 합참의장이나 각 군 참모총장으로 근무하다 오전에 전역하고 오후에 곧바로 장관에 취임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50명 국방장관 중 민간 출신 ‘다섯번’


1963년 제3공화국 이후부터 민간인 출신 장관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범석 초대 국방부 장관부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까지 역대 50명의 국방부 장관 중 민간인 출신은 다섯 차례에 그치고 있다. 현역 장성에서 바로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전역한 지 1년 내외인 경우가 비일비재해 국방부 장관들을 두고 ‘양복 입은 군인’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따라서 12·3 비상계엄 사태를 여파로 실시되는 제21대 대통령 선거 이후 첫 문민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민통제는 국가의 군사 및 국방정책에 관한 의사결정권을 직업군인이 아닌 민간(정치)인에게 부여한다는 군사·정치학의 원리다.

그러나 중요한 대목이 있다. 국방의 문민화 핵심 키워드에 대한 ‘착각’이다. 우리는 국방의 문민통제를 미국의 사례로 꼽고 있다. 미국은 문민 국방장관 임명을 법률로 규정했다. 군 출신은 전역 후 7년이 지난 뒤 임명이 가능하다. 장관이 군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국민을 대신해 군을 통제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이런 까닭에 미국은 병사 출신 장관이 존재한다.

미군 내부에서도 대통령과 민간 출신 장관에 의한 문민통제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 이런 까닭에 장성급 출신 장관도 단 3명뿐이다. 이 경우도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르다. 제 3대 미 국방부 장관인 조지 마셜 육군 원수는 전역 이후 국무장관 등 정치인을 경험을 쌓아 전역 후 7년이 넘어서 국방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다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한 제 28대 미 국방부 장관인 로이드 오스틴(육군 대장) 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기에 임명한 제 26대 국방부 장관인 제임스 매티스 장관(해병대 대장)은 전역한 지 각각 4년, 3년 밖에 안돼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하기에 논란의 여지가 많았다.

다행히 트럼프 행정부 1기 출범 전에 7년 금지 조항의 '면제법'이 의회를 통과해 두 사람은 미 상원과 하원의 ‘예외 인정’ 동의를 받는 절차를 거쳐 임명됐다는 점에서 법률적 논란이 없었다.

미 연방법전, 국방장관 ‘군령권 제한’ 명시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미국 연방법전 제10편 제113조에 따르면 ‘국방부 장관은 국방부의 정책 수립, 예산 관리, 인사, 조직 운영 등을 총괄한다. 다만 군령권은 직접 행사하지 않으며 이는 대통령이 전투사령관에게 위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미 국방부 장관에게 사실상 군령권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 점이다.

반면 대한민국 국군조직법 제8조는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의 명을 받아 군사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고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각군 참모총장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군의 지휘체계는 국민에 의해 선출된 문민 대통령이 국민을 대표해 국군을 통수하되 국방부 장관을 통해 군을 지휘통제하는 구조다.

국방부 장관이 합참의장을 지휘·감독할 수 있도록 하는 군령권을 인정해 평상시 작전권을 직접 행사하도록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국방부 장관의 군 장성 출신이 곧바로 임명되는 것도 문제지만, 군령권을 보장해 준 것도 법률적으로 치명적 오류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12·3 비상계엄 당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의 명을 받았다’라는 명분을 내세워 군을 마음대로 동원했다. 향후 수사로 밝혀져야 할 부분이지만, 비상계엄 명분을 쌓기 위해 북한 오물풍선 원점 타격 지시나 평양에 무인기를 보내 적발되게 하는 북한의 도발 빌미 제공 의혹도 이 같은 국방부 장관의 권령권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차기 정부에서는 민간 출신 장관이냐, 군 출신 장관이냐를 떠나 국방부 장관에게 군정(행정)·군령 권한을 모두 부여하는 권한에 대해 다시 검토하고 반드시 분리해야 할 시점이라는 점을 묵과하면 안될 것이다.

이럴 경우 한국군 지휘체계 변화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의 합참의장은 한국 합참의장과 달리 군령권(군사 명령을 내리는 권한)은커녕 군정권(편제·인사·군수 등 군사 행정에 대한 권한)도 없다. 미 합참의장은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사이에서 군사적 조언을 하는 역할만 갖고 있다.

군령권은 軍 위임·문민 장관은 행정·전략


미군에 대한 군령권은 미 국방부 장관 직속인 11개로 구성된 통합전투사령부에서 행사한다. 크게 지역별 관할구역을 가진 사령부와 기능별 담당임무를 가진 사령부로 나뉜다. 지역별 사령부는 아프리카·중부·유럽·북부·인도태평양·남부라는 6개 권역으로 나뉘고, 그 외에 특수작전·전략·수송·사이버전·우주전의 5개 기능별 사령부 등 총 11개 사령부로가 있다. 세계 곳곳에 퍼져있는 해외 주둔 미군은 각 주둔지에 따라 소속 사령부의 명령을 받는 지휘체계다. 주한 미군은 인도·태평양 사령부 소속이다.

한국군은 국방부 장관이 군령권을 갖는 아이러니 지휘체계에 2019년 ‘국방개혁2.0’ 추진으로 합참의장이 지상작전사령부와 제2작전사령부, 공군작전사령부, 해군작전사령부, 해병대사령부 등을 지휘 감독하고, 이들 사령부 밑으로 군단·사단급 부대에 다시 명령을 하달해 지휘하는 구조다. 미군처럼 대통령이 지역별·기능별 전투사령부를 바로 지휘해 일원화 된 것과 달리 옥상옥 형태라 한국군도 신속한 지휘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재검토가 필요한 지적도 나오는 것은 이 같은 이유다.

물론 민간 출신 국방부 장관은 군 출신 대비 조직 장악력이 떨어지고, 군사 현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 있다는 점도 타당한 지적이다. 그렇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이런 우려보다 특정 군 출신 인맥 형성과 결탁으로 ‘군이 군을 장악하는’ 상황에 대한 걱정이 더 큰 게 현실이다.

일각에선 한국의 특수한 안보 상황 속에서 제대로 된 전략을 수립하려면 군을 잘 아는 국방부 장관이 필요하고, 정무적 판단에 기반한 작전 수행을 위해선 장관에게 포괄적 군령권이 부여돼야 한다는 논리를 주장한다.

그럼에도 단언컨데,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 중 한국처럼 국방부 장관에게 ‘제왕적 권한’을 부여하는 나라는 없다는 점이다. 이웃 나라 일본의 방위성 장관도 정책·조정 기능만 가질 뿐이다. 작전 지휘권은 통합막료장과 각 자위대 지휘관에게 부여됐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 역시 국방부 장관이 법으로 간접적 군령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전혀 없다. 군령권은 군에 위임하고, 민간 출신 장관들은 행정과 전략 수립을 맡는 것이 일반적이고 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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