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1인 가구의 62.1%가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서울 1인가구의 13.6%가 ‘사회적 고립’에 처해있다고 답해 개인 문제로 국한됐던 외로움이 사회 문제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외로움 없는 서울’을 만들기 위해 2024년부터 5년간 4513억원을 쏟아 부어 관련 사안에 적극 대처한다는 방침이지만 ‘고독사’ 사례가 매년 늘고 있어 지자체 차원의 대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서울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중장년 1인 가구의 65.3%, 특히 중장년 남성 1인가구 66.0%가 외로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인상태별 외로움을 살펴보면 기혼 1인가구의 외로움이 68.6%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사별(66.8%), 이혼·별거(63.8%), 미혼(59.6%) 순이었다.
또 △낙심하거나 우울해서 이야기 상대가 필요할 때 △몸이 아파 도움이 필요할 때 △갑자기 많은 돈을 빌려야 할 때 등 이 세가지 경우 모두에서 도움 받을 사람이 없는 이른바 ‘사회적 고립’ 상태에 놓인 서울 1인가구는 무려 13.6%에 달했다. 특히 중장년 남성 1인가구의 사회적 고립 비율은 15.8%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외로움은 자칫 극단적 선택이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만성적인 외로움은 불안, 우울증, 자살률 증가와 관련이 깊다. 실제 심부전 환자가 외로움을 느낄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 사망위험은 4배, 입원 위험은 68%, 응급실 방문 위험은 57% 가량을 각각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학협회 내과학회지(JAMA Internal Medicine)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외로운 노인은 외롭지 않은 노인 대비 약물 남용, 사고, 합병증 위험이 2배 가까이 높아지기도 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고독사 사망자 또한 2021년 3378명에서 2022년 3559명, 2023년 3662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중장년 남성이 이 같은 고독사 위험에 크게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고독사 사망자 3632명 중 남성이 3053명으로 84.1%를 차지했으며 연령대 별로는 60대(1146명), 50대(1,097명), 40대(502명), 70대(470명) 순이었다. 50·60대 남성의 고독사 비중이 53.9%에 달했다. 실제 이혼, 기러기 가족 등과 같은 가족해체로 1인가구가 된 중년 남성은 직업 및 소득 불안정성, 주거 불안정성 등 복합적인 이유로 사회적 고립이 가장 심한 취약군으로 분류된다.
서울시는 이 같은 ‘외로움’이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지 않도록 적극 대응중이다. 서울시가 지난달 1일 시작한 상담 전화 ‘외로움안녕 120’ 서비스는 한 달여만에 상담건수 3000 건을 넘어섰으며 ‘서울마음편의점’은 이미 4000명이 넘게 다녀갔다. 서울마음편의점은 동대문·강북·관악·도봉 등 총 네곳에서 운영중이며 방문연령대를 살펴보면 65세 이상(66%), 중장년(24%), 청년(6%) 순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전국 최초로 ‘돌봄고독정책관’을 신설하는 등 외로움 이슈와 관련한 전담 부서도 운영중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마음편의점의 경우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지만 마음이 힘든 누구나 찾아와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더욱 다양하고 내실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해 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 보다 앞서 고령화 및 고독사 문제에 직면한 선진국들은 관련 문제에 적극 대응중이다. 영국은 조 콕스 외로움 위원회 권고에 따라 2018년 1월 외로움 문제를 담당하는 ‘외로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임명하며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 전략을 수립중에 있다. 일본은 2021년 2월 세계에서 두번째로 고독대책 담당 장관 임명하며 1인가구나 히키코모리를 대상으로 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유럽 국가 중 1인가구 비중이 비교적 높은 스웨덴은 공동주거 확대 및 사회적 연결 앱(Panion)을 통한 외로움 해소에 나서고 있으며 호주는 커뮤니티 방문자 제도(Community Visitor Scheme) 및 시니어 연계 프로그램(Seniors Connected Program)을 운영중이다. 스페인은 어르신들에게 증강현실 모바일 게임인 ‘포켓몬고’ 이용을 권유하며 야외 활동 확대를 장려중이며, 프랑스는 시민사회와 공공기관과의 파트너십 구축을 통한 사회적 고립 대응 사업인 일명 ‘모나리자(MONALISA)’를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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