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가 그리스의 문화유산을 모욕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17일(현지시간) 그리스 일간지 카티메리니와 발칸 반도 전문매체 발칸인사이트 등 외신에 따르면 아디다스는 이달 15일 아테네 중심부의 자페이온 홀 상공에서 드론쇼를 진행했다.
이 드론쇼에서 드론들은 아디다스 로고와 운동화를 형상화했는데, 촬영 각도와 원근법 탓에 마치 운동화가 그리스의 세계적인 관광 명소인 아크로폴리스를 밟고 있는 것처럼 보여 모욕적이라는 비난이 제기됐다.
논란이 불거지자 아테네 검찰청은 전날 아디다스 드론쇼에 대해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리스 문화부도 아디다스가 고대 유물 보호법을 위반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리나 멘도니 문화부 장관은 전날 현지 방송 스카이(Skai)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디다스 운동화가 어크로폴리스는 걷어차는 것처럼 보였다”며 이번 드론쇼는 국내법에 반하는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됐고, 문화부의 사전 승인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책임자 전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디다스 측은 “필요한 모든 허가를 받았고 준수했다”며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아디다스는 “행사는 자페이온 홀 부지 내에서만 진행됐고 아크로폴리스 이미지를 광고에 사용하지 않았다”고도 해명했다.
실제로 드론 팀은 자페이온 홀 인근 상공 200㎡ 사용을 위해 380유로(약 60만 원)를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카티메리니는 전했다.
야당은 이번 사건을 두고 문화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불과 몇 주 전, 그리스 출신 세계적인 거장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아크로폴리스 촬영 허가 요청을 문화부가 거절한 사례를 언급하며 이중잣대라고 지적했다.
주요 야당인 파속 변화운동(PASOK-KINAL)은 “거대한 운동화가 아크로폴리스를 ‘밟는’ 모습은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제도적 경계와 존중의 필요성을 다시 일깨워주는 씁쓸한 사례”라고 논평했다.
제1야당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은 “이 장면은 우리 문화유산의 핵심을 모욕적으로 상업화한 것”이라며 “몇 주 전 문화부가 영화 촬영을 불허했던 기준은 어디로 갔느냐”고 비난했다.
한편 아크로폴리스는 파르테논 신전, 디오니소스 극장 등 고대 그리스 유적이 모여 있는 있는 언덕으로, 그리스 관광의 상징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세계적인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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