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조로 경기한 세계 랭킹 1~3위가 같은 홀에서 모두 더블보기로 체면을 구겼다. 셋의 이 홀 타수 합산은 18타. 한숨의 ‘트리플 더블’이다.
16일(한국 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퀘일할로클럽(파71)에서 치러진 제107회 미국프로골프협회(PGA)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와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3위인 디펜딩 챔피언 잰더 쇼플리(미국)는 기대했던 치열한 선두 다툼을 보여주지 못했다. 상대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1타라도 덜 잃으려 안간힘을 썼다.
10번 홀로 출발한 셋은 16번 홀(파4·535야드)에서 모두 2타씩 잃었다. 매킬로이는 티샷이 왼쪽으로 당겨진 탓에 이후 샷들로도 러프를 전전했고 3.5m 남짓한 보기 퍼트를 넣지 못했다. 셰플러와 쇼플리는 억울할 만했다. 티샷을 페어웨이에 잘 보냈는데도 두 번째 샷에 어이없는 실수가 나왔다. 최근 2주간 계속된 많은 비에 잔디가 많이 무른 상태였고 그래서 이날 볼에 진흙이 묻는 일이 많았는데 이 홀 세컨드 샷에 큰 사고가 터진 것이다. 핀까지 212야드를 남기고 친 셰플러의 샷은 난데없이 훅이 걸려 거친 바운스로 그린 왼쪽 물에 빠져버렸다. 209야드에서 친 쇼플리의 샷도 거의 비슷하게 날아가 비슷한 곳으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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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셰플러는 “페어웨이 한가운데서 친 볼로 가혹한 결과를 얻어야 한다면 그것은 공정한 테스트라고 보기 어렵다”는 말로 프리퍼드 라이 룰을 적용하지 않은 주최 측(PGA오브아메리카)에 불만을 표시했다. 프리퍼드 라이는 벌타 없이 볼을 집어 닦은 뒤 근처에 옮겨놓고 치는 로컬룰이다. PGA오브아메리카는 PGA 챔피언십과 다른 3개 메이저 대회가 그동안 그런 룰을 적용한 적이 없었다는 이유로 프리퍼드 라이를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 와중에도 잘 친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4언더파 공동 4위에 오른 라이언 폭스(뉴질랜드)는 “진흙 영향을 받은 샷은 하나밖에 없었다”고 했고 역시 4언더파를 친 에런 라이(잉글랜드)는 “룰 적용은 레퍼리들이 알아서 잘 결정했을 것이다. 적어도 그린 주변은 잘 말라 있는 상태였다”고 했다.
15번 홀(파5) 이글 뒤 다음 홀에서 2타를 토해낸 셰플러는 그래도 이후 버디 3개와 보기 1개로 선방해 안병훈 등과 2언더파 공동 20위에 올랐다. 7언더파 선두 호나탄 베가스(베네수엘라)와 5타 차다. 매킬로이는 더블보기 뒤 보기만 2개를 더하는 등 3오버파 공동 98위에 그쳐 메이저 2연승에 빨간불이 켜졌다. 쇼플리는 김시우 등과 1오버파 공동 60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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