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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재의 칩 비하인드] AI 반도체 자립의 시작점

◆이혁재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반도체공동연구소장)

국산 실질 활용 가능한 유력 영역은

초거대 모델 아닌 도메인 특화형 AI

공공기관의 지원·사용이 가장 중요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 기술을 확보해 가고 있지만 이렇게 개발한 칩을 실제로 사용할 수요처는 아직 마땅치 않다. 반도체는 단순한 부품이 아니라 시스템에 통합돼 실제 서비스나 제품에 활용될 때 비로소 경제적 효과를 발휘한다.

최근 우리 정부는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 장을 확보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AI 클라우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 데이터센터에 사용될 GPU 중 일부를 국산 AI 반도체로 사용하자는 제안도 제기되지만 엔비디아 GPU 등과 직접 경쟁해서 국산 AI 반도체를 일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선택하기를 기대하기는 아직 어려운 실정이다.

국산 AI 반도체가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유력한 영역은 챗GPT와 같은 초거대 파운데이션 모델이 아니라 특정한 목적에 맞춰 설계된 도메인 특화형 AI 모델이다. 예를 들어 의료 영상 판독, 스마트팩토리 공정 제어, 교통 흐름 예측, 국방 감시 시스템 등에 사용되는 도메인 특화형 AI는 모델 규모가 작지만 특정 응용에 최적화됐기 때문에 초거대 AI 못지않은 정확도를 달성할 수 있다. 또한 모델 규모가 줄어든 만큼 이를 실행할 때 필요한 AI 반도체의 성능도 줄어들기 때문에 국산 AI 반도체를 활용해도 충분히 성능을 낼 수 있다.



성공적인 초거대 AI 모델 개발 경험이 부족한 국내 AI 역량을 고려하더라도 초대형 AI 모델 개발보다는 특화형 AI가 오히려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비교적 소규모의 특화형 AI를 개발하며 기술을 축적해 나간다면 이를 기반으로 점진적으로 초거대 AI 모델 개발에도 도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국산 AI 반도체 기반의 소규모 AI 모델이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전략이기는 하지만 이 전략이 실현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국산 AI 반도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칩 개발 기술뿐만 아니라 이를 구동할 수 있는 시스템 소프트웨어(SW)와 서버 하드웨어 등 관련 기술 등이 함께 확보돼야 한다. 반면 외산 GPU는 개발 생태계가 이미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SW 개발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선택받기 쉽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국산 AI 반도체가 활용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다. 우선 공공기관이 보유한 양질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특화형 AI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국산 AI 반도체를 활용해 실행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 지원이 필요하다. 과거 우리나라 정부와 공공기관들이 국산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함으로써 외산 제품과의 경쟁 속에서도 국산 SW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정부와 공공기관들의 국산 제품 사용과 지원이 국내 AI 기업과 반도체 기업의 성장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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