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앞으로의 공급 충격이 과거 보다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경제의 변동성이 커지게 되고 이를 반영해 연준의 향후 5년 정책 골격의 큰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파월 의장은 15일(현지 시간) 워싱턴DC에서 연준 자체 행사로 개최한 제2회 ‘토머스 라우바흐 콘퍼런스’의 개회사에서 장기 국채 금리의 상승 현상을 지적하며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2010년 대의 위기 사이보다 더 변동성이 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장기 국채 금리 상승 현상이 경제 위험에 대한 투자자 보상 즉, 위험 프리미엄이 늘어난 결과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앞으로 경제의 리스크로 ‘공급 충격’을 곱았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보다 빈번하고 잠재적으로 더 지속적인 공급 충격이 나타나는 시기로 진입하고 있을지 모른다”며 “이는 경제와 중앙은행 모두에 어려운 도전 과제”라고 진단했다.
파월 의장은 구체적인 공급 충격의 원인 등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동안 연준 안팎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발생한 공급 충격 외에도 전 세계가 지정학적 긴장이 커지고 노동 인구가 감소해 경제의 공급 측면이 감소할 리스크를 주목해왔다. 지정학 긴장으로 세계가 주요국 중심으로 블록화되면 각 블록간 상호 교역은 줄어들 수 있다. 노동인구가 줄면 생산성이 늘지 않는 한 공급량이 줄어들게 된다. 특히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도 대표적인 경제의 공급 충격 요인으로 꼽힌다. 무역이 얼어붙거나 수입가격이 비싸지면 상품의 공급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2020년 이후 경제 환경은 크게 변화했고, 이런 변화를 고려해 정책의 틀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컨퍼런스는 연준이 2020년 이후 5년 마다 개정하기로 한 통화정책 프레임워크를 새로 마련하기 위한 자리다. 연준은 2012년 이른바 ‘합의성명(Consensus Statement)’이란 이름으로 통화정책을 운영하기 위한 큰 원칙을 마련했다. 이후 매년 1월에 이같은 정책 프레임워크의 변경 여부를 결정했던 연준은 2020년 들어 이를 개정하면서 이후 5년 마다 프레임워크의 개정 작업을 하기로 한 바 있다. 연준은 이날 부터 이틀동안 개최하는 제2회 '토머스 라우바흐 콘퍼런스'를 통해 2025년 정책 프레임워크 개정 방향을 논의하게 된다.
올해에는 2021년 인플레이션 대응에 늦은 원인으로 꼽히는 ‘유연한 평균 인플레이션 목표제(FAIT· Flexible Average Inflation Targeting)’ 원칙 등에 대한 수정 논의가 있을 전망이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2%를 넘더라도 한동안 이를 허용하는 유연한 대응 방침이다. 이밖에 실업률이 낮을 때는 경제의 호조를 누리고 실업률이 높을 때만 금리를 낮추는 방식의 고용 대응책도 재검토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지금까지 논의에서 참가자들은 최대고용 관련 정책의 표현, 평균 인플레이션 목표제 등에 대해 다시 검토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새로운 합의 성명이 다양한 경제 환경과 흐름의 양상에 견고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를 통화 정책의 중심에 두는 관점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정책의 틀은 변화해야 하지만 일부 요소는 시대를 초월한 인식”이라며 “기대 인플레이션의 고정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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